주가가 연 나흘째 뒷걸음질친 끝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주가지수 500선이 한때 무너지고 거래량이 1억1,171만주로 연중최저를 기록하는 등 증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전환점이 될만한 계기가 없이는 당분간 소폭 등락을 거듭하는 지리한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00선 한때 붕괴 23일 전산사고로 인해 평상시보다 1시간50분이나 늦은 10시50분에 개장된 주식시장은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돼 강세로 출발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달러대비 엔화환율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한 데 힘입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선물도 약세로 반전하면서 주가는 힘을 잃은 끝에 오후장 들어 한때 497포인트대로 내려앉았다.
증시관계자들은 『엔화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 노사정위원회의 진통에 따른 투자심리악화가 주가하락의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매수주체·주도주가 없다 증시관계자들은 특히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주식을 선뜻 사들이지 않고 있는 점이 전반적인 증시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오후 3시30분 현재 5억9,000만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 이달들어 총 310억원대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가치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쉽사리 순매수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날 한때 증권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곧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주가반등을 이끌어갈 주도주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가반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단기반등은 온다 주가가 일단 500선에 다다른 이상 단기 반등과 하락을 되풀이하는 조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민호(羅民昊)대신증권투자정보팀장은 『주가가 어느 정도 바닥선에 도달했기 때문에 소폭 반등했다가 다시 한번 5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기자navid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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