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순환로를 타려면 정신부터 바짝 차려라!」서울시 졸속행정의 대표작인 내부순환로는 도로기능을 제대로 못할 뿐만 아니라 안전대책 또한 엉망이다. 하천을 따라 짓다보니 급커브길이 많아 사고위험이 높은데다, 갓길이나 비상주차공간이 부족해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도로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가 높다.
1일 개통된 홍은_마장램프(13.7㎞)구간에서 사고위험이 높은 급커브길은 연희_홍은, 정릉터널 동쪽입구_길음, 월곡, 마장램프등 4곳. 이들 구간의 길이는 총 4.7㎞로, 터널 2곳을 제외하면 전체 구간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이들 4곳은 차량이 커브길을 돌 때 그리는 원의 반지름을 뜻하는 곡선반경이 200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도로 설계속도(시속 70㎞)에서 허용하는 최소치를 적용한 것으로, 꺾을 수 있는 한 최대로 꺾어 지어졌다는 얘기다.
「마(魔)의 구간」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벌써부터 급브레이크로 인한 스키드 마크가 곳곳에 찍혀 있고 방호벽에까지 타이어자국이 남아있는가 하면, 범퍼 일부가 떨어져 나뒹구는 곳도 있어 사고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릉터널 입구_월곡램프 구간은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90도 가까운 S자형 내리막길이 4㎞나 이어져 조금만 방심하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최근 4건의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워낙 커브가 심해 사고가 났다 하면 다중추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사고처리로 애를 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진입램프로 들어선 차량이 본선 직진차로에 합류하기까지의 「가속차로길이」가 150m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는 등 지나치게 짧은 것도 사고유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주행속도를 설계속도보다 10㎞ 낮춰 직선구간은 70㎞, 급커브길은 60㎞로 제한했으나, 과속방지를 위한 감시카메라는 1대도 설치돼있지 않아 무방비 상태인 실정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급커브길 4곳에 8대의 감시카메라 설치 계획을 세웠으나, 이조차도 올 연말에야 가능하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발생시 대처체계가 미흡하다는 것. 갓길폭이 고속도로의 2.5m에 크게 못미치는 1.5㎙안팎인데다, 돌발상황시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비상주차공간도 전구간에 걸쳐 3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미한 사고가 발생해도 도로 기능이 완전 마비될 우려가 높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사무처장은 『최근 모범택시 운전사 2명과 내부순환로를 둘러본 결과, 곳곳에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면서 『사고발생시나 체증이 심할 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전방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정보안내 시설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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