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나 거기나 같은 한 나라인데 거기 좀 갔다 왔다고 그 긴 세월을 가둬두다니 징하디 징합니다. 사람을 죽인 것도, 물건을 훔친 것도, 남의 뺨을 한 대 때린 것도 아닌데…』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7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미전향 장기수 양희철(66)씨의 큰 누나 순영(梁順英·74·인천 계양구 계산동 홍진아파트)씨는 동생이 풀려난다는 소식에 정확하게 기쁨과 원망과 걱정이 3분의1씩이다.
8살이나 어려 업어 키우다시피한 동생이 감옥에서 풀려나 같은 하늘을 쳐다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찬다.
그러나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을 잡아두었나 하는 원망은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려대 상대를 졸업한 희철씨는 60년 잠깐 남으로 내려왔던 형(50년 월북)을 따라 북에 갔다 61년 돌아와 한국은행을 다니던중 간첩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결혼도 못한 고작 스물 여덟의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세상빛을 보게 된 것이다.
동생이 풀려나도 걱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생이 그 기나긴 세월의 벽을 동생이 잘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잊혀진 동생의 세상을 찾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몇해전 감옥에서 환갑 상을 차려 주려고 했더니 「내가 벌써 무슨 환갑이냐」고 화를 내더군요』 순영씨는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동생이 마음 아프다.
황양준기자 yj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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