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이 22일 미전향 장기수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공식 발표, 이들의 북한 송환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박장관은 일단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조치의 내용은 함구했지만 전후 맥락으로 보면 미전향 장기수의 북송 문제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측과 미전향 장기수 송환문제를 협상중』임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정치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군포로와 이들 미전향 장기수의 맞교환 방안을 추진중이며, 국방부 등 안보관련 부처들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해 귀환한 국군포로 장무환(張戊煥·73)씨는 국회 증언에서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가 모두 30명이며, 탄광촌이나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돼 열악한 근무조건과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이날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법무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전향 장기수 북송은 국익이 걸린 중대한 사안으로 관련 부처간 협의와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라며 『대북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를 미리 꺼내 보여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특단의 조치」라는 말은 박장관의 지시로 막판에 발표자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문구를 넣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무튼 미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는 최근 논의되는 비료지원과 함께 정부의 주요 대북 협상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1년간의 「햇 정책」 효과를 토대로 국군포로 송환, 나아가 이산가족문제와 남북 고위급회담을 이끌어 내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그동안 미전향 장기수 송환을 꾸준히 요구해와 협상가능성이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미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는 비료지원과 달리 아무 조건없이 이뤄질 수는 없다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북한이 그동안 국군포로 문제를 일체 언급한 적이 없는데다, 93년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없이 돌려보낸 이인모(李仁模)노인의 경우처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체제선전에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내부의 반응도 중요한 변수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보수세력이 반발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김상철기자 s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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