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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황우석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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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황우석 서울대 교수

입력
199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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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탄생한 국내 첫 체세포복제 송아지 영롱이의 아버지는 황우석(黃禹錫·46·서울대 수의대)교수였다. 97년 복제양 돌리 이후 세계 5번째 성공. 황교수는 그 의미를 『생명공학 선진국 대열 진입』이라고 했다. 벌써 일본 유키지루시유업 수정란연구소 연구자들이 황교수의 연구내용을 소상히 알기위해 내한했다. 농군의 아들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또 평생을 소와 함께 살기로 했다는 황교수를 만나 성공의 뒷얘기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영롱이 탄생이 알려진 후 주변의 반응이 어땠습니까.

『연구실 전화 3통에 불이 났습니다. 「우리를 위한 연구를 해주어 고맙다」 「이제 빛이 보인다」…. 얼굴 모르는 농민들의 격려가 뿌듯했습니다.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전화는 목이 메였습니다. 소아당뇨로 인슐린주사에 목숨을 의지하는 6살짜리 소녀의 아버지는 치료법 개발에 성공하는 그 날까지 아이를 살려놓겠다며 연구를 포기하지 말 것을 서로 약속했습니다』

복제연구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구체적으론 12년 전이지만 소와의 인생은 운명같습니다. 가난했습니다. 아버지 얼굴은 기억이 안 나요. 어릴 때 돌아가셨지요. 어머니는 소에 대한 정성이 지극했습니다. 남의 소를 키워 새끼를 얻는 일이었죠. 학교가 파하면 꼴먹이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 꿈은 두 가지, 서울대교수가 되는 것과 평생 소와 함께 사는 것이었습니다. 고교때 선생님이 의대를 가라고 했지만 1, 2, 3 지망을 내리 수의대만 써 냈죠』

연구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입니까.

『체세포를 휴지기(休止期·세포분열이 중단되는 시기)로 유도하기까지가 난관이었습니다. 15개월동안 똑같은 실험을 수천번 되풀이 하자 연구원들이 지쳤습니다. 다들 우리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거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당연하지, 매뉴얼대로 된다면 과학을 아무나 하게」. 사실 다른 대학, 연구소에서 우리 기술을 더러 배워갔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인 연구 속에 노하우를 축적해야 합니다』

황교수팀의 노하우라면.

『우리 연구원들은 학교 앞에 삽니다. 연립주택 하나를 구해 25명 중 10명은 이 곳을 고정숙소로 삼고 일부는 돌아가며 숙식을 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못 맞춰도 실험은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이식될 체세포, 제대로 된 수정란을 고르는 일은 노련한 연구원들이 합니다.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하는 일은 모두 제가 직접하고 있습니다. 세포채취부터 배양 조작 임신 출산까지 전과정이 일관된 시스템으로 운용되니까 철저한 스케줄관리와 호흡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 연구원을 뽑을 때 성실성을 첫 항목으로 봅니다』

영롱이는 복제양 돌리와 같은 방식으로 복제된 송아지이지만 다른 의미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우량품종 보급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복제한 연구소는 없었습니다. 영롱이는 우유생산량이 평균치의 3배나 되고 질병도 없는 슈퍼 젖소를 복제한 것입니다. 세포수준에서 감염과 기형여부를 사전검색해 제거한 것은 우리 연구팀의 개가입니다. 올 1월 국제학회에서 이 생각을 이야기하자 해외연구자들이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습니다. 우량종 보급이라는 목적의식이 없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죠. 축협중앙회와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등록된 소의 능력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전국 55만두 중 복제대상 5마리를 고르는 데 8~9년이 걸렸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체세포복제가 생물 다양성에 혼란을 일으키고 생명경시풍조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충분히 있을 법한 지적입니다. 그러나 복제대상은 가축이지 자연계의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할 것입니다. 가축이란 어차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인위적 품종개량을 거쳐오지 않았습니까. 복제는 이를 보다 간편히 한 것뿐이지요. 인간에 대한 적용도 인간 자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용 체세포 복제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공동연구를 하자고 손을 뻗쳐 왔지만 국가기관에 기술을 무료이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소와 지내지 않는 시간도 있습니까.

『기상시간은 오전 4시반입니다. 보통 4시간 이상 자지 않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익은 습관입니다. 취미는 「일」이고…. 유일한 개인일정은 매일 새벽 한 시간반동안 단전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수련할 수 있습니다』

김희원기자h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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