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2일 전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과의 TV대화」에서 한 「야내분까진 책임 못져」발언을 놓고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야당내분 교사」라며 강력 반발했고 국민회의는 「집안단속도 자신 없어 하는 리더십부재」로 맞받아 쳤다.여권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의 정계개편문제관련 언급은 지당했다며 야당의 비난을 일축했다. 총재회담 협상창구인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이날『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발언』이라며 야당측의 트집잡기를 못마땅해 했다. 『야당을 관리할 책임까지 여당이 질 수 없다』는 김대통령의 발언도 원칙론에서 한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여권의 생각이다. 국민회의가 이날 총재단 회의를 통해 『야당 내부의 변화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야당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역공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 때문에 야당측은 더 이상 총재회담에 조건을 붙이지 말고 즉각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총재단 회의의 결론이었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도 이날 『대통령이 밝힌 대로 총재회담을 포함, 여야간 대화가 원만히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자세변화를 촉구했다. 박수석은 또 「야당 내부의 일은 야당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김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여당에게만 돌리지 말고 야당도 할 일을 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태성기자 tsgo@hankookilbo.co.kr
한나라당 김대통령의 「국민대화」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기류는 중층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성토분위기다. 22일 오전 잇달아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와 총재단 회의에선 김대통령의 「야당내분」발언을 특히 문제삼았다. 『의원탈당과 교섭단체 자발적 구성 운운 등 야당의 내부사정까지 일방적으로 추측해서 들먹이는 대통령의 발언을 대단히 못마땅해 했으며, 당 차원에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전했다. 이 기조는 오후의 의원총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발언행간(行間)을 『야당의원 빼내가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표현이자 후일에 대비한 안전판 만들기』로 읽었다. 『우리 당내에는 여권측의 공작이나 책동 없이 탈당하거나 교섭단체를 만들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이회창총재의 선긋기 언급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총재회담쪽 출입구는 닫지 않았다.『납득할만한 수준의 정계개편 포기선언은 없었으나, 총재회담 여부는 향후 정부와 여당의 태도변화를 지켜보고 판단키로 했다』는 것이다. 당장 24일의 김대통령 취임1주년 기자회견을 염두에 둔 한자락 깔기이고, 괜히 대화 회피 인상을 줘 여론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기도 하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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