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도 기업도 노동자도 주부도 울고, 라면만 웃고…」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TV대화」이후 라면업계가 『대통령이 나서서 수십억짜리 광고를 해준 셈』이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한 주부의 질문에 『청와대에서도 라면을 먹고 있고 해외여행 중에도 즐긴다』고 답한 것이 뜻밖의 반향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들은 22일 『라면이 청와대 식탁에 올라간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며 『대통령이 액수로 환산할 수없을 정도의 광고를 해줘 라면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다. 농심 조성현(曺晟鉉·42)홍보과장은 『라면이 전국민이 주식과 간식으로 즐기는 「국민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부인이 살 찐다고 해 요즘 라면을 많이 못먹는다」는 김대통령의 말을 의식한 듯 『라면 자체는 육류 등과는 달리 살찌는 식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의 한해 라면 소비량은 36억~38억개. 국민 한사람이 80~90개를 먹는 셈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반영, 지난해 라면 매출실적은 1조966억원으로, 97년의 9,411억원보다 16%나 늘어났다.
속속 생겨난 라면 전문점에서는 「라면강정」「새우깡라면」「라면샐러드」「초콜릿라면」 등 기발한 라면요리가 수백가지에 이른다. 「라보때」(라면을 보통으로 때우는 사람들)라는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라면 전문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또 pc통신 음식동호회 게시판엔 회원들이 개발한 이색 라면 요리법으로 가득차 있어 가히 「라면시대」를 방불케한다.
김호섭기자 dre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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