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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부 1년] 경제.남북 '만족' 정치.지역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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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부 1년] 경제.남북 '만족' 정치.지역 '불만'

입력
199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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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1년 성적표는 분야별로 들쑥날쑥이다. 경제위기극복과 외교, 대북정책 분야는 평균이상의 점수를 받는다. 노사문제와 지역갈등해소 인사편중 시정 등의 부문은 김대통령의 노력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과목. 특히 지역갈등해소는 예산배정 등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분야의 과락점수와 맞물려 악화일로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성·문화부문은 비전과 방향제시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예산 확보 등의 실천 의지면에서는 의문부호가 찍혔다. 분야별로 DJ정부 1년을 점검해본다.남북관계.안보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1년 남북관계 성적표는 금강산 관광객 2만9,081명, 방북인원 3,317명으로 대변된다.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교류협력은 지난 한해 해방후 최대규모의 남북인적교류를 낳았다. 특히 금강산 관광사업은 100번의 전투(협상)에서 패배해야만 1번의 전쟁(사업)에서 승리할수 있다는 경구를 되새기게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화해협력 정책은 「급격하게 붕괴될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이 변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고,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변신토록 유도하자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다.

남북대화부문에서는 지난해 4월 비료회담이 이산가족문제와 비료회담을 연계한 우리측 전략이 북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료 및 영농자재를 선지원하고 고위급정치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유연한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포용정책은 98년 8월31일 북한의 3계단 미사일발사,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이라는 큰 도전을 받는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대북강경여론 확산으로 국내에서도 채찍론이 고개를 들었고 김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일괄타결방안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안보면에서는 3차례의 간첩선침투를 통해 북한이 적화통일노선에 아무런 변동이 없음을 증명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유화정책에 큰 시련을 안겼다. /이영섭기자 younglee@hankookilbo.co.kr

외교

새정부의 외교정책은 당연히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이 주의제였다. 이는 우리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전래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IMF구제금융체제를 극복하기위해 필수적인 해외자본유치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김대통령의 이른바 「대북포용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뒤 김대통령의 순방외교를 적절히 구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일관된 포용정책을 통해 지난해 여름이후 핫이슈가 된 북한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 위기와 8월31일 북한의 탄도로켓 발사를 계기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설」을 어느정도 잠재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김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미, 10월 방일, 11월 방중 등 일련의 정상외교를 펼쳐 한반도 주변4강과의 협력관계를 다져 놓았다.

정부는 이밖에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통상외교에도 주력, 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2억달러의 무역신용을 받아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해외자본유치 등에만 치중, 한미투자협정 체결과 한일자유무역지대 설치 등을 서두르는 바람에 한미간에 스크린쿼터분쟁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 점은 흠이라할 만하다. 한일어업협정의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는 상당한 후유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윤승용기자 syyoon@hankookilbo.co.kr

노사관계

현 정부의 노사정책은 노사정위라는 새로운 틀로 노사문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그 틀이 1년여만에 좌초위기에 직면했다는 현실에서 「절반의 실패」로 평가할 수 있다.

국가위기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위험집단」으로 외면해온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노사정위)로 끌어들인 것은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새로운 접근방식이었다. 그 덕택에 노동계의 동의 아래 정리해고를 법제화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일도 가능했고,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경제계를 압박하는 효과도 얻었다. 덧붙여 노사정위를 잘 꾸려나가면 투쟁 대신 타협과 조율로 공통분모를 찾는 새로운 노사모델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부풀렸다.

하지만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는 노·사·정 협력모델』이라던 노사정위는 올들어 노동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극복과정이 자신들의「고통전담」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노동계의 불신이 급기야 노사정위 탈퇴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 노동계는 노사정위 탈퇴에 이어 「파업·장외투쟁」과 같은 밀어부치기 전략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새 실험이 실패한 듯 보이자 다시금 해묵은 「설득하다 안되면 강경대처」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관료들은 물론 여권조차 노동문제에 발상의 전환을 하지못한 채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동국기자 east@hankookilbo.co.kr

정국운영

지난 1년의 경제가 후한 평점을 받았다면, 정치는 그 반대다. 사회 모든 분야가 고통분담을 하는 상황에서도 정치는 개혁을 외면했고 그 논의조차 하지못했다. 대화의 채널조차 닫힐 정도로 여야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갈등정국은 현 정부 초기부터 야당이 수의 우위를 내세워 총리인준, 국회개원을 지연시키는 무차별적인 반대를 한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여당은 다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의원 영입을 시도했고, 이는 야당의 반발과 저항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정치인 사정도 정치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됐지만, 야당의 연속적인 「방탄국회」로 매듭을 짓지못해 집권세력의 무력함, 기획력 부재를 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론이나 야당에 갈등정국의 책임을 돌릴 수만은 없다. 여당은 야당을 끌어들이는 수완을 보이지 못하고 정계개편론 등으로 야당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등 「큰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청문회나 과거 정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여당은 강수와 타협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정국혼돈을 심화시키는 원인제공을 했다. 특히 여당은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을 국민이나 언론에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해 정국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 정국운영에 관한한 아직은 준비되지않았다는 평이다./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인사

인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분야이다. 김대통령는 인사를 통해 두 가지 상반된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한편으로 국정장악력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포용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이른바 측근의「전진배치론」, 후자는 영남 등과의「화합론」으로 나타났는 데, 내부논쟁이 계속됐을 뿐 어느 쪽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지역편중시비에 대해서는 과거의「영남편중」을 시정했을 뿐, 결코 호남편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1월 현재 3급이상 고위공직자의 분포는 영남 34%, 호남 23.2%, 서울·경기 20.1%, 충청 16.6%, 기타 6.1%순으로 통계적으로는 이같은 입장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시정」의 속도였다. 지난해 현정권은 소여(小與)인 상태였고, 구조조정에 따른 각계의 반발은 극심한 상태였다. 인사에서 소수정권으로서의 한계와 현실을 더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출범후 4명의 장관이 교체됐는 데, 김정길(金正吉)전행정자치장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업무수행능력과 자질이 문제가 됐다. 다만 각료에 대한 신임을 최대한 부여함으로써 내각의 일관성을 유지했고, 대통령이 장관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문화.여성

정부의 문화분야 키워드는 지식기반 확충, 문화관광 진흥이다. 이 두가지가 국정지표로 잡히면서 문화정책의 초점은 새 밀레니엄에 비약적인 문화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반 마련에 맞춰져 있다.

비전 제시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실천은 의문이다. 예산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1% 공약에도 불구하고 올 정부 예산에서 문화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0.70%(5,954억원)에 불과하다. 규제 204건의 철폐·완화, 21개 법률 제·개정, 출판(500억원)·공연예술(27억)· 영화(60억원)·문학(10억원)분야 지원기금 마련, 5,000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금 조성계획 수립 등이 성과로 꼽힌다. 「문화비전 2000」 사업은 아직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성 분야는 「남녀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제정 등 법 정비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정부 조직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성특별위원회와 행자부를 비롯한 관련 6개 해당부처는 업무중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 실업문제나 공직 진출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남녀평등, 여성고용처럼 여성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는 성과가 미진하다. 실질적인 남녀 평등의 기반 마련, 의식 개혁을 위한 정책개발이 과제로 남아 있다.

서사봉기자 ses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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