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발행초부터 사회견제기능에 충실한 비판지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게 된 원동력은 창간발행인의 경쟁주의적 철학과 강력한 지도력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안병찬(安炳璨·신문방송학)경원대교수는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 이달초 학위심사를 통과한 「신문발행인의 게이트키핑 특성에 관한 연구_한국일보 창간인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안교수는 이 논문에서 고(故) 백상(百想) 장기영(張基榮)한국일보 창간발행인의 언론철학을 기존신문과의 경쟁을 강조하는 경쟁주의, 신문사업 자체의 경제적 자립을 중시하는 경제주의 등 6가지로 정리했다.
장기영 창간발행인은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상업주의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이같은 언론철학을 토대로 「상업신문」을 추구했다고 안교수는 분석했다. 특히 안교수는 한국일보가 여당지 야당지를 가릴 것없이 반공이데올로기에 안주해 있던 50년대의 현실을 뛰어넘어 중립적 비판지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창간발행인의 상업주의 정신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이승만(李承晩)정권의 3선개헌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사결과 보도로 창간발행인이 헌병사령부에 연행되는 등 한국일보가 창간 이후 10년간 잇달아 굵직한 필화사건에 휘말린 것도 결국 상업주의에 바탕을 둔 비판적 특성에서 기인했다.
한국일보가 창간사설을 통해 밝힌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창간정신은 창간발행인이 편집간부들과 상의, 기업적 자활을 통해 권력 금력 폭력으로부터 민중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이념. 안교수는 이 이념은 창간 20주년을 맞은 74년 춘추필법(春秋筆法) 정정당당(正正堂堂)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사시로 구체화, 오늘날 한국일보가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조를 지킬 수 있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안교수는 또 창간발행인의 지도자로서의 특성을 야전사령관식의 솔선수범 가부장적인 지도·편달 강력한 실행력 등으로 정리하고 이같은 지도력 때문에 정권과 강하게 부딪치는 어려움 속에서도 신문발간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교수는 이 시기 창간발행인의 게이트키핑(언론종사자나 관련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은 공식적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평했다. 이를 위해 창간발행인은 화요회를 운영, 편집국 구성원과의 정기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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