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은 21일 우발적이고 독단적인 핵무기 사용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라호르 선언」을 발표했다.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라호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조만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두 정상은 또 양국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문제와 관련한 현안해결과 상호 신뢰구축을 위한 공동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철천지 원수의 땅」 파키스탄 땅을 밟은 바지파이 총리의 「버스 외교」는 기발한 아이디어만큼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무엇보다 양국간 초미의 현안인 핵무기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양국이 합의함으로써 국제사회는 「서남아시아 핵전쟁」의 공포를 덜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양국이 경쟁적인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특사파견, 회담중재 등 양국을 화해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이번 공동 선언은 지난 51년 동안 지속돼온 비난과 테러 등 양국의 분쟁을 종식하고, 협력과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20일 파키스탄 와가에 도착, 샤리프 총리의 영접을 받은 바지파이 총리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협력해 새로운 시작의 장을 열자』며 말문을 텄고, 샤리프 총리도 『미국, 캐나다처럼 우리도 친한 이웃이 될 수 있다』라고 화답, 협상의 순항을 예고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또 21일 파키스탄의 성지와도 같은 한 회교 기념비를 방문, 화해무드를 한껏 고조시켰다. 한 수행관리는 『인도가 처음으로 파키스탄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이 바지파이 총리의 노력과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샤리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 제스처를 보인 그는 마침내 양국간 버스 개통식을 만남의 계기로 삼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두 정상이 양국 국경을 넘는 버스 운행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본격 추진됐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파키스탄 제2의 국경도시 라호르까지 운행하는 총 400㎞의 정기버스편은 지난달 8, 14일 첫 시범운행을 무사히 끝낸뒤 이달 17일 버스운행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이동준기자 dj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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