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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장님] '라면보다 싼' 자장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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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장님] '라면보다 싼' 자장면 성공

입력
1999.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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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보다 싼 자장면 드셔 보셨나요?」서울 암사동에서 초저가 중화요리점 「짱짜우」를 운영하는 신윤범(32)사장은 「자장면 거품빼기」를 기치로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는 신세대 창업자다. 1월초 개업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형 자장면」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자장면은 1,600원, 짬뽕은 2,000원, 탕수육은 4,000원. 일반 중화요리집에 비해 값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찾는 손님이 부쩍 늘고 있다. 하루 매출이 평일은 60만~100만원, 주말에는 150만원을 넘는다. 마진율도 높아 열심히 뛰면 인건비를 빼고도 월600만원은 남길 수 있다는 게 신사장의 설명이다.

「서민들의 부담없는 한끼거리」로 사랑받아 온 자장면도 IMF체제 이후엔 「만만찮은 음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 신사장은 그 틈새를 노려 성공을 거뒀다. 70%가 가정이나 사무실 배달이지만 「가격파괴」의 명성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매장을 직접 찾는 손님도 상당히 늘었다.

「짱짜우」의 가격파괴 비결은 기본메뉴를 조리·공급해 주는 본사와 전문주방장을 두지 않고 배달과 판매를 담당하는 체인점간 분업화 덕분이다. 신사장은 본사에서 매일 아침 공급해 주는 요리재료를 직접 「삶고 데우고 튀겨서」 손님들에게 맛보인다.

『전문주방장이 즉석에서 만든 것이 아니므로 음식맛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생면을 바로 삶고 소스는 뜨겁게 데우며 고기는 다시 튀기므로 직접 만든 것과 맛과 신선도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대부분 「가격에 비하면 맛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짱짜우는 가격뿐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도 차별화했다. 중국집에 대한 기존관념을 탈피, 깔끔하고 세련된 신세대 취향의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사업초기 부인과 배달직원 등 5명이던 직원수가 한달만에 9명으로 늘어났다.

서울 서초동에서 25평짜리 수입품 전문점을 운영하던 신사장이 중화요리점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혹독한 IMF한파 때문. 수입품 매출이 몇달만에 80%나 격감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는 커녕 물품대기도 빠듯했다.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부인이 중화요리집 개업을 권했다.

「우아한 매장의 멋쟁이 사장님」에서 자장면집 주인으로의 변신이 쉽지 않았지만 신사장은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생소한 주방일에 소매를 걷어 부쳤다. 5,000여만원을 들여 20평짜리 매장에 인테리어를 하고 배달용 오토바이도 구입했다.

신사장이 가격파괴 중화요리점을 시작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 가격만 싸서는 오래 장사를 할 수 없었다. 신사장은 『일단 맛을 본 사람이 다시 오도록 맛과 서비스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며 『항상 같은 맛이 나도록 나름대로 조리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밤11시까지 종일 주방에 서서 음식을 하고 매장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힘들지만 함께 고생하는 아내와 고향 부모님에게 맡겨놓은 아이를 생각하며 신사장은 각오를 다진다. 신사장은 3월초부터 야식을 찾는 손님층을 겨냥, 새벽3시까지 영업하는 「새벽 중국집」도 계획하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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