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했다. 『「독사」가 아니라 이젠「물뱀」이구만』선수들을 몰아치던 표독스런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과격했던 제스처가 홍시마냥 말랑해졌다서가 아니다. 성균관대를 16년동안이나 대학배구「지존」으로 이끌었고 95년 후쿠오카U대회 세계제패를 일궈낸 명조련사. 신진식 김상우 임도헌을 키워낸 스타제조기. 김남성(46·현대여자배구단 감독)하면 「독사」란 별명과 함께 으레 따라다니던 화려한 이력서가 최근 몇달새 구겨질대로 구겨진 까닭이었다.
여자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맞은 99슈퍼리그 초반, 김감독의 현대는 「동네북」이었다. 장소연 구민정 강혜미 등 이적대표 3인방을 거느리고 당당히 LG정유의 9연패를 막아낼 것으로 보였건만 LG정유는 물론이고 흥국생명 담배공사에게도 만신창이가 되어야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문제였다. 수비조직력에서 숭숭뚫린 구멍을 드러내며 『현대로는 안된다』는 혹평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김감독은 여전히 담담했다. 『이적 선수들이 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겁니다』
뭘 믿고 저러나. 슈퍼리그가 막판에 접어들자 김감독의 장담은 장담에서 끝나지 않았다. 초반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직력에서도, 빠르기에서도 눈을 씻고 봐야할 정도다. 한경기 한경기를 치르면서 적어도 한뼘씩 나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행을 확정지은 19일 담배공사전서 경기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의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다. 『과연 김남성이구만』 비록 1-3으로 패했지만 다음날 LG정유와의 경기서도 대등한 내용. 김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말했다. 『모든 일정을 결승전에 맞춰두었습니다. 24일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뱀이 된게 아니었다. 승부사기질을 가슴에 품고 똬리를 튼 여전히 무서운 독사였다. 과연 LG정유라는 대어를 덥석 낚아챌 수 있을까. 이번 슈퍼리그의 최대관심사이다.
이동훈기자 dhlee@hankookilbo.co.kr
>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