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질적인 도시 교통난 해결을 위해 건설한 최대의 야심작인 내부순환로는 완전개통 20여일만에 졸속행정의 대표작이었음이 드러났다.잘못된 교통수요예측을 바탕으로 한 무리한 설계에다 행정관청의 무사안일이 합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흉물. 그러나 서울시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못하고 있다.
내부순환로의 문제점은 지난 1일 개통한 홍은-마장간 13.7㎞를 포함한 성산_마장 구간(18.7㎞)에 집중돼있다. 주택가를 피해 홍제천, 정릉천등 하천과 북한산 등 산악지를 통과하는 노선을 택함으로써 애초부터 도심과 쉽게 연결되는 램프는 설치할 수없었다.
그나마 현재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램프들도 설계 당시의 교통여건만을 반영했을 뿐 미래의 교통수요를 전혀 감안하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올라가는 차량이 있으면 내려가는 차량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진출로와 진입로를 차례대로 설치해야 하는 기본상식을 철저히 무시해 도로의 체증을 구조화시켰다.
예를 들어 퇴근길 난지도(1차선)와 양화대교(2차선)를 타고 내부순환로에 진입, 3차선을 꽉 채운 차량들은 성산램프에서 진입한 차량들과 만나게 되고 곧바로 연희램프에서 올라온 차량들과 뒤엉킨다. 이처럼 성산대교에서 사근동으로 가는 방향에는 9개의 램프가 있지만 진입램프는 6개인 반면 진출램프는 3개밖에 없어 심한 불균형 상태다. 결국 들어가는 길목은 많이 만들어놓은 반면 나가는 길이 없으니 고가도로위에서 막힐 수밖에 없다.
램프간격도 문제다. 서울시는 홍지문터널(1.9㎞)과 정릉터널(1.7㎞)을 끼고 있는 홍은_길음구간(7㎞)을 제외하고는 주요 구간은 대부분에 2㎞간격으로 램프를 설치, 주요 간선도로와 쉽게 연결될 수있게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선진국 도시고속도로가 1㎞간격으로 나 있는데 비하면 터무니 없이 길고 7㎞만에 설치된 램프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내부순환로는 다른 도시고속도로나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이면도로에 연결된 경우가 많아 이용자체가 불편하게 돼있다. 특히 연희램프등은 골목길 같은 곳에 위치해 주변 지리를 잘 모르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서울시는 『통상 도심지역에서는 도로 건설시 토지 보상비가 전체 공사비의 90%인데 반해 대부분 하천위에 건설한 내부순환로는 9%에 불과하다』며 「투자효율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투자비가 적기 때문에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시민들은 이해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진출입램프의 불균형을 해소하거나, 새로운 램프를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도로표지판 보완과 신호체계 조정등 운영체계를 개선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aylee@hankookilbo.co.kr·이희정기자 jay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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