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방송개혁위원회가 한시적 활동을 마감할 이즈음 굵직한 발표를 했다. KBS 2TV의 광고방송을 완전히 폐지하고 대신 시청료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영성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적에서 였다. 그동안 시청료 인상에 대해서 찬반이 많았고 광고방송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각기 다뤄지던 두 개의 현안이 이번에 획기적으로 시청료 인상과 광고 방송 폐지를 연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시청료를 인상하자는 KBS의 입장에서는 방송재원의 우선 확보를 강조해왔고, 광고방송 폐지를 부르짖는 입장에서는 광고에 매달려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질이 낮아진다는 순환논리를 바탕으로 공영성의 실현을 앞세워 왔다.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광고방송을 하게 되면 시청률 경쟁에 빠져들게 되기 대문에 자칫 소모적인 오락물이 범람하기 쉽다. 그러나 광고방송을 폐지한다고 해서 공영성이 완전히 보장된다는 확신도 없다. 더욱이 KBS2TV의 광고물량이 97년 한해 5,6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전면 폐지한다면 그물량이 다른 상업방송으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영방송을 강화하려다 자칫 전반적으로 방송의 상업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방송개혁위원회의 의결대로 KBS2TV의 광고를 전면 폐지하려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수신료가 월 7,000~8,000원으로 인상될 것 같은데 이러한 인상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시청료를 대폭 인상해서라도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이나 위성방송과 같은 뉴미디어분야의 지속적인 방송장비 확충, 통일대비 남북통합방송준비, 국제방송 운영 등 많은 돈이 들어갈 굵직한 사업이 한두개가 아닌 줄은 안다. 그러나 이 모든 비용을 국민의 직접 부담으로만 충당하자는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난국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다. 더구나 수신료는 준조세적 성격을 띠고 있어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많은 자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시청률위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답습을 계속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품위를 잃은 경우도 많았다. 재원을 탓하기 전에 공영성을 유지하는데 KBS가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KBS의 광고방송 폐지까지 제기되지 않았는가. 지난번 직원감축등 많은 구조조정을 통해 어렵게 군살빼기를 시도한 점은 인정하지만 지금껏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하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헌신적 자세를 견지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반성해야한다.
시청료 인상과 광고방송의 폐지를 맞바꾸는 정책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시청자의 여론도 객관적으로 들어봐야 할 사안이다. 공영성이란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다. 같은 프로그램일 지라도 보는 이의 안목에 따라 관용이 베풀어지기도 하고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공영성을 또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표명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발전은 공존하는 민영방송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의 권익이 확보되어야 한다. TV를 시청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하고 교육적인 공감대도 함께 나누는 시청행위의 다원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제 방송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고 있다. 방송은 대중을 단위로 제작되지만 뉴미디어는 개인을 단위로 전문성을 확대한다. 따라서 방송시청행위에 따르는 개인적인 경제적 부담은 차라리 각종 뉴미디어에 지워지는 것이 옳다. 공영성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획일적으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만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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