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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Focus] 경제전망, 못믿을 '고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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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Focus] 경제전망, 못믿을 '고차방정식'

입력
1999.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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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가 되면 수십개의 민관 경제연구소, 국내외 증권사 등에서 한해 경제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재경부 2%, 한국은행 3.2%, JP모건 4%, 한국경제연구원 0.2%, 대우경제연구소 0.5% 등 예측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들중 가장 정확한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어느 기관일까. 역대 경제전망치의 적중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경제전망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향후의 경제활동을 계획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자료다. 밑그림 자체가 틀리면 투자나 소비, 모두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전망치는 언제나 예측기관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물론 물가상승률 통화증가율 이자율 경상수지 등 경기 요인별 가중치나 경제흐름을 읽는 시각이 연구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망치 역시 다양하게 산출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전망이 기관에 따라 제각각인 데는 경제에 대한 시각 차이 외에 플러스 알파(+ )요인, 즉 경제외적인 요인들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거시경제모델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각종 경제지표들을 예측한다. 그러나 1차로 산출된 통계치가 가감없이 발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부 민간연구소에서는 일선의 분석결과를 연구소장 등 윗선에서 임의로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부설 H연구소의 관계자는 『각종 수치를 통계 패키지에 돌려 전망치가 나오면 이를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망치가 좀 튄다 싶으면 정부 눈치도 보고 연구소장의 지시도 받아 적당히 수정한다. 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충 숫자를 조정해 내기도 한다. 우리끼리는 연구소의 경제전망을 그대로 믿으면 팔불출이란 농담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전망 발표는 일종의 최면술이다. 실제 소득이나 체감 경제환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전망이 좋으면 소비가 늘어나고 민심이 풀리기도 한다. 반면 전망치가 비관적이면 저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커져 사회적으로 불안요소가 극대화한다. 경제전망이 단순한 예측을 넘어서 고도의 정치 선전이자 효율적인 통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당국의 정책결정은 물론 일반 경제주체들의 사업계획, 의사결정도 각 연구기관들이 발표하는 전망치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경제전망이 갖는 영향력은 이렇듯 상상외로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역대 경제전망치는 얼마나 정확했는가. 최근 「국내 연구기관 경제전망의 합리성에 관한 분석」을 내놓은 서강대 조장옥·김준원교수(경제학)에 따르면 국내 연구기관의 경제전망에는 상당한 편의(bias)가 수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95년 이전 경제성장률 예측에서 합리적 기대가설의 불편성(不偏性·치우치지 않음)을 만족시킨 연구기관은 전무했다고 조·김교수팀은 지적했다. 즉, 각종 경기변동 요인이 적절한 비중으로 반영돼 실제치와의 오차율이 적었던 분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95년 이후에는 전망치와 실제치간의 오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 조·김교수 분석에 따르면 KDI, 한국금융연구원, 그룹 산하 대우경제연구소,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중 실제치에 가장 가까운 합리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KDI였다. 금융연구원과 대우경제연구소가 그 뒤를 이었고 최하위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차지했다. 조·김교수는 『정부 산하인 KDI가 가장 정확한 예측기관으로 뽑힌 것은 이 기관이 중요 정보를 독식하는데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망치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분석대상이 된 4개 기관은 그래도 나은 편. 무책임하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연구기관도 허다하다. 김준원교수는 『분석을 위해 국내 10여개 연구기관에 역대 전망자료를 공개토록 요청했으나 대부분이 이를 회피했다』며 『그만큼 자체 분석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망에는 매년 되풀이되는 「공식」이 있다. 정부나 관변 연구기관은 대체로 낙관적, 기업 부설 민간연구소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는 것. 지난해말에는 정부측에서 민간연구소에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놓으라고 은근한 압력을 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 연구소는 경제정책운용의 성공을 입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기업연구소들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얻어내기 위해 지나치게 엄살을 떨곤 한다. 따라서 똑같은 경제전망치를 놓고도 어느 기관이 발표한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경제전망은 결국 경제학만으로 풀 수 없는, 정치학과 사회학이 얼키고 설킨 고차방정식인 셈이다. 때로는 정치·사회적 변수가 경제변수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연구기관들은 경제전망이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유념, 책임있는 분석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대희기자 dhn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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