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기 어려운 도로, 올라가면 못내려오는 도로, 그래서 시민이 외면하는 도로」서울시가 1조2,000억원을 들여 10년 동안 건설한 내부순환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전구간이 개통된 내부순환로는 안내표지판 부실과 진출입램프 부족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을 외면하면서 서울도심 통과차량의 30%를 소화하겠다던 당초 목표는 사라진 채 10%도 이용하지 않는 한산한 도로가 됐다. 서울시의 도심교통량 분산계획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전면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서울시의 새로운 흉물,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금요일인 19일 아침8시 러시아워. 오가는 차량으로 북적대야 할 이 시간대에 내부순환로는 한가하기 이를데 없었다.
기자가 탄 차량은 성산램프로 진입해 18.7㎞ 떨어진 마장램프 진출로까지 규정속도인 시속 70㎞로 달려 15분만에 닿았다. 러시아워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도 내부순환로 성산_마장동 구간은 시내 다른 도로와는 달리 손가락으로 오가는 차량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비어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건설한 도로가 이렇게 한산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도로 진입 안내표지판은 눈에 띠지도 않고 램프는 턱없이 부족하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표지판만 따라가다가는 진입구를 찾지도 못한다.
목적지와 가깝게 연결되는 램프도 부족해 맘먹은 곳에서 도심으로 들어가기란 애초부터 어렵다. 특히 전체 40.1㎞구간에 77개의 진출입램프가 있으나 강변북로쪽에 대부분 집중돼 있고 모두 고가도로인 홍제-마장 구간(13.7㎞)에는 10개밖에 없어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차량이 조금만 밀려도 내부순환로는 북적대는 차량들로 기능이 마비된다. 퇴근길 길음과 성산램프는 주차장으로 변한다. 정릉과 상계동 방향으로 갈 차량들이 마땅한 진출로가 없어 이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박모(32)씨는 『길음램프를 빠져나오는데 25분정도 걸렸다』면서 『서울시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모(33)씨는 설날인 16일 오후 성산대교를 떠나 길음램프를 빠져나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며 고개를 내 저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민들은 「사서 고생」을 포기한 채 평소 이용하던 「옛 길」을 찾고 있다.
서울시관계자는 『이용차량을 하루 평균 왕복 15만대로 예상했지만 5만∼6만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홍은_길음동 사이의 정릉램프를 내년 3월께 개통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내부순환로가 제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믿는 시민들은 없는 것 같다./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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