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간부인사] '대전비리파동' 봉합 수준
1999/02/19(금) 18:19
19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되고 법원의 대전법조비리 조사결과가 발표됨으로써 법원과 검찰이 대전사건의 긴터널을 빠져나오게 됐다.
소폭의 승진및 전보발령에 그친 이번 인사는 심재륜(沈在淪)전대구고검장 파동과 검사 집단서명 과정에서 분출된 검찰개혁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기보다는 봉합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평이다.
즉 이번 인사는 조직의 안정을 기조로 함으로써 8월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임기만료에 따른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때까지 과도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검사장급 「빅4」자리인 서울지검장,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공안부장 중 대구고검장으로 영전한 박순용(朴舜用) 서울지검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유임됐다.
지역구도의 얽힌 실타래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낼지가 이번 인사의 최대 안제였다. 실제로 대전수임비리사건으로 물러난 검사장 2명이 부산출신이고 검사장 승진 3자리의 후보 2명이 호남출신인 점이 인사의 역동성을 발휘하는데 가장 큰 장벽이 됐다는 후문이다. 결국 서울지검장에 유력시됐던 신승남(愼承男)법무부 검찰국장이 낙마하고 정충수(鄭忠秀·사시 13회)서울 서부지청장도 검사장 승진대열에서 탈락, 「호남색체」를 지움으로써 지역화합을 강조하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신국장의 경우 지역구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유임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30년만에 첫 호남출신 서울지검장을 기대하던 호남쪽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시 13회 2명과 검사장 승진을 두고 경합했던 사시 14회는 이범관(李範觀)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정홍원(鄭洪原)서울 남부지청장이 먼저 입성, 선두를 달리게 됐다. 김수장(金壽長) 부산지검장이 안강민(安剛民)대검 형사부장, 박 신임 대구고검장에 이어 서울지검장에 영전함으로써 사시 8회는 서울지검장을 세번째 배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8차례나 지냈던 고시 8회에 견줄만한 「빅 8회」가 됐다. 일선 검사장을 출신지역에 발령하지 않는 향피(鄕避)원칙이 철저히 지켜진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 전보된 11명을 포함한 지검장 13명중 마산출신의 주선회(周善會) 신임 울산지검장만 고향 인근지역에 배치됐을 뿐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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