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첫 복제소] 우량품종 대량복제 길 열어
1999/02/19(금) 17:53
국내 최초의 복제송아지 영롱이의 탄생은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쾌거로 손색이 없다. 체세포 복제는 파급효과가 커 생명공학분야의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복제양 돌리 탄생 이전의 수정란복제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반씩 물려받은 수정란을 여러 개 복제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체세포 복제는 뛰어난 유전형질을 가진 개체를 유전적으로 동일하게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급효과와 의미 이번에 사용된 복제술은 먼저 우량품종의 가축을 대량복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쓸 수 있다. 영롱이 복제대상인 어미소는 우유생산량이 연간 1만8,000㎏(평균 6,300㎏)이나 되고 내병성과 성장률이 뛰어난 우량 젖소로 딸, 손녀 소까지 유전능력이 확인됐다. 이 소는 전국 55만두 소에서 특별히 선발된 5마리 중 하나다. 이 어미소는 지난해 4월 늙어 죽었지만 똑같은 우량소들이 3월부터 계속 태어날 예정이다. 품종개량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의학적 적용이다. 장기이식용으로 인간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를 대량 생산하면 너무 비싸 상품가치가 없었던 이식용 장기생산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형질전환 복제술을 인간에 적용하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씨병 당뇨병등 인간의 세포성 질병을 해결하는 길도 열린다.
◆복제과정 서울대 황우석교수팀은 지난해 초 수정에 성공하기까지만 하루 수십번씩, 수천번의 실험을 거듭했다. 학계에 보고된 기술이라고는 해도 체세포 복제는 아직 「미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체세포를 정지기(靜止期)로 유도하는 기술. 일반적으로 어른의 체세포는 난자에 융합시켜도 배아(胚芽)가 되지 않아 개체가 태어날 수 없다. 때문에 돌리 전에는 수정란을 복제하거나 개체발생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는 태아의 간(幹)세포를 이용한 복제만 가능했다. 그러나 체세포를 세포분열이 중지되는 정지기로 유도하면 수정란이 돼 개체가 태어난다. 이를 위해 혈청기아배양, 즉 세포 배양 때 넣는 혈청의 양을 10~15%에서 0.5~1%로 급격히 낮추는 방법을 쓴다. 이 기술은 돌리가 몸으로 실증하기 전까진 하나의 설에 불과했다.
황교수는 『복제 소의 탄생은 우리나라가 생명공학기술의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식량문제 해결과 난치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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