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령이 전화당번?
1999/02/19(금) 17:29
19일 상오 국방부 ○○국장실. 전화벨이 울리자 자리에 앉아있던 육군중령이
전화를 받는다. 전화내용은 간단했다. 국장을 바꿔달라는 전화에 『계십니다. 바꿔드리겠습니다』가 전부였다. 보통 관청이나 기업이라면 20대 초반 여비
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를 현역 육군중령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만이 아니다. 국방부 고위 간부 집무실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전화당번을 하고 있는 중령들은 「보좌관」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처럼 하찮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령을 보좌관으로 둔 직급은 정책보좌관 기획관리실장 차관보 획득실장 정보본부장 작전본부장 등 차관보급 6명. 이밖에 인사국 획득정책국 군사시설국 정보체계국 기무부대 등 5개국은 현역 소령을, 법무관리관은 대위(법무관)를 보좌관으로 두고 있다. 특히 차관보를 제외한 국장급은 해당국의 과에 발령된 장교를 편법으로 보좌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단 하나. 여비서가 없기 때문이다.
80년7월 군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제정된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기준 지침」과「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중령은 중앙부처에서 국장이나 수석과장을 맡는 부이사관급이며 소령은 과장급인 서기관 대우를 받고 있다. 군에서도 중령은 병력 400여명을 통솔하는 대대장 등에, 소령은 주요참모로 임명되는 고급 인력이다.
국방부는 이에대해 『보좌관은 부서장의 일정관리에서부터 각 과의 업무조정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참모』라며 역설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행정자치부의 한 직원은 『행정고시 출신도 최소 15년이상 걸리는 부이사관을 전화당번 등 단순직으로 쓰는 것은 엄청난 계급인플레』라며 『사단장을 마친 장군에 대한 배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덕상사회부기자 jfur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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