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세계노인의 해' 의미를 찾자
1999/02/19(금) 18:37
99년은 유엔이 92년에 선포한 「세계노인의 해」이다. 유엔에서는 세계노인의 해의 중심과제를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로 정하고, 이 과제의 실천영역을 독립성 유지, 사회참여, 보호받을 권리, 자아실현, 존엄성 유지의 5가지로 정하여 세계 각국이 영역별로 과제를 실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작년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노인의 해에 관련한 유엔의 권고사항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거의 없었다.
작년 5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 주관으로 세계노인의 해 과제실천에 대한 각 국의 추진현황과 계획에 관한 회의가 개최될 때만해도 정부는 그 회의를 비정부단체행사로만 생각하고 대표를 보내지 않았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몇몇 노인복지단체 대표들이 별 준비없이 그 회의에 참석하여 유엔과 각 국의 추진현황을 보고 우리정부나 민간단체들의 의식과 준비가 너무나 미비하다는 것을 알고 창피스러웠다고 한다.
베이징회의 이후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노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 결성을 서두르고 조직위원회 지원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금까지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세계노인의 해는 실로 부끄럽게도 한국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하나의 구호와 명목에 그치고 말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95년부터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협조하여 세계노인의 해 과제 추진단체를 구성하여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유엔권고사항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각국의 추진사항에 대한 보고서도 2001년에 제출토록 권장하고 있다.
유엔 권장사항이니 실천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더구나 국가경제 사정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노인복지 대책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경제위기일 수록 사회복지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따라서 국가복지대책을 더욱 강화한 외국의 선례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사정이 어떻든 99년은 다가왔고 세계노인의 해는 시작되었다. 「세계노인의 해」는 특별행사, 기념행사 등 단발성 행사 위주로 장식되어서는 안된다. 더 필요한 것은 고령화사회의 문턱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의미에서 국가의 노인복지정책의 틀을 다시 짜고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는 99년 한 해에 당장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에서는 99년 세계노인의 해를 기점으로 각국은 노인이 독립성을 가지고, 존경받고, 보호받고, 다른 모든 세대들과 함께 참여하여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작의 한해를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노인의 해를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인의 해 조직위원회 지원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여 정부와 민간이 협조하여 노인복지에 대한 국가와 사회와 가족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유엔 권고사항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지난 1월27일 노인복지 지도자 초청 청와대 오찬회의에서 김대중대통령은 세계노인의 해의 의미와 노인복지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준비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협력하여 노력한다면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의 기초를 마련하고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는 데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고령화사회를 맞아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잘 알고 있기에 이를 교훈삼아 한국적 고령화사회를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99년 세계노인의 해는 단발성 행사 위주의 한해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국가와 사회와 가족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정으로 대비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실천하기 시작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성재 崔聖載·서울대 사회복지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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