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 Ray] 전통서 전위까지 '달콤한 광선'의 선율
1999/02/18(목) 18:26
미국 4인조 밴드 「달콤한 광선(Sugar Ray)」이 쏜 현란한 빛이 언 대지에 내려 꽂히고 있다. 격렬하다가도 화사하다. 하드 코어의 극단적 파괴음에서 플라멩코 기타의 우수 어린 어쿠스틱 선율까지, 「메탈리카」에서 집시 음악까지, 한 데 공존한다. 전통적인 4인조 록 그룹 편성에 DJ가 가세, 스크래칭의 매력을 난사한다.
「달콤한 광선」의 3집 「14:59」는 포스트모던 팝의 극치다. 모두 13곡. 파괴적 디스토션 기타에서 집시풍의 어쿠스틱 기타까지, 시작과 끝 곡의 제목이 모두 「새방향(New Direction)」이다. 20세기 대중 음악의 이름 아래 벌어져 온 풍경들로,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여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귀에 익은 스티브 밀러 밴드의 「수리수리마수리(Abracadabra)」가 힙합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쇠줄 어쿠스틱 기타가 포크를 상큼하게 연주한다 싶더니, 플라멩코 리듬이 록 드럼 뺨칠 정도로 몰아 친다. 질세라 따라 붙는 스크래칭이 현란하다(「Every Morning」). 초기 비틀스를 연상케 하는 소박한 선율이 이번에는 힙합 비트에 허덕댄다(「Someday」「Even Though)」).
지옥의 소리, 메탈 보컬(「Aim For Me」)은 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풍의 와와(wah-wah) 기타 선율이 잇는다(「Glory」). 애잔한 집시 선율이 소박한 폴카 리듬에 묻혀 나오는 것으로 대미. 그리하여 「New Direction」의 초입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14:59」란 한껏 나른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3시에 들기 1분 전. 미국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말로 유명해진 상징적 시점이다. 해체와 모방, 복합과 변용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강령을 「달콤한 광선」이 내걸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팝의 유로화(貨)」, 음악의 통합이다. 15일부터 신보(新報) 홍보차 세계 순회 공연중.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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