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한은 개혁
1999/02/18(목) 17:47
한국은행은 18일 조직·인사·급여·의사결정체계 등에 걸친 경영개혁안을 발표했다. 조직운영체계를 능률과 경쟁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해 과감한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직원 전문화, 외부전문가 영입 추진, 의사결정체계 혁신, 연봉제 도입, 직원평가제도 개선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은은 이번 개혁이 「다시 태어나는 중앙은행상 구축」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내용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되어온 한은의 문제점은 관료이상의 관료적 조직이라는 것과 다른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 한은법 개정으로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독립된 중앙은행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최근 금리수준 결정이나 물가억제목표 설정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못내 국민을 실망시켰다.
때문에 한은은 개정된 한은법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내부경영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보여줬어야 한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일반적인 조직 효율성 제고 방안 제시에 그쳤다.
한은의 발표자료에서 「한국은행」이라는 단어를 가리면 일반 기업이나 조직의 개혁방안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조직은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도 가지고 있고, 한은은 후자의 비중이 더 큰데, 국민경제의 마지막 파수꾼이라는 한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외부전문가를 조사·국제·기획부등의 상위직으로 채용하며, 부서장에 대한 2년단위 직위계약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경우 단기업적에 치중해 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이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
결제단계의 대폭 단축도 마찬가지다.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서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더욱 유념해야 할 점은 정확성과 시의성이다.
경제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에 대한 바른 처방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진국의 중앙은행이 다른 조직에 비해 보수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한은총재의 강력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총재의 지시에 따라」를 거듭 강조한 것은 자발적이고 진정한 한은의 변신 노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결국 이번 경영개혁 방안은 군림하는 닫힌 조직으로서의 특권의식에 머문 채 주위의 압력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경영개혁을 토대로 한은은 스스로 다짐했듯 「국민에게 더욱 가까운」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은행으로 확실하게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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