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1년 지역민심] 영남 "차별" 호남 "역차별" 불만
1999/02/18(목) 18:27
새정부 출범 1주년 가까이해서 맞았던 이번 설연휴는 지역구 의원들에게 DJ정부 1년 공과에 대한 지역 민심을 듣는 기회이기도 했다. 설 잔치상머리에 서 무성하게 쏟아졌던 전국 각지의 목소리를 의원들의 전언을 통해 정리했다.
영남권
여권의 집중적인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문제가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언이다. 백승홍(白承弘·대구 서갑)의원은 『여권 핵심인사들이 찾아와 알맹이 없는 말잔치를 벌여놓은 바람에 현정권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전했고, 이강두(李康斗·경남 거창-합천)의원은 『정부 여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유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전직대통령의 정치색 짙은 행보에 대해서는 곱지않은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 대한 시각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렸다. 먼저 경북출신의 김광원(金光元·영양-봉화 -울진)은 『TK지역에서는 김영삼-전두환(全斗煥) 두 전직대통령간의 「강아지 논쟁」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이더라』라고 전했다. 반면 부산출신의 권철현(權哲賢·사상갑)의원은 『최근의 DJ-YS 대결구도에 대해 「왜냐」는 물음이 터져나오면서 YS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권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시기에 왜 자꾸 싸움질을 하느냐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면서 『야당에 대해서도 조금 어른스럽고 성숙된 모습을 보이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ankookilbo.co.kr
호남권
호남출신 국민회의 의원들은 「호남 역차별 논란」을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꼽았다. 또 지역개발실태, 높은 실업률에 대한 이 지역의 불만도 여과없이 전달했다. 국민연금문제는 의원들이 전한 지역구민 불만사항중 최근 사례.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광주 동구)의원은 『대통령이 혼자만 고생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아시아자동차문제, 높은 실업률등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지역구민들이 특히 호남 역차별설에 대해 굉장히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더라』면서 『호남이 인사를 독식한다는 말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경재(金景梓·순천갑)의원은 『대통령을 뽑아놨는데 지난 1년동안 변한 것도 별로 없다는 얘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김의원은 『지역개발, 인사에 있어 정부가 너무 눈치를 본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면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문제에 대해서는 「부관참시는 옳지 않다」는 충고가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영달(張永達·전주 완산)의원은 『기본적으로는 정권교체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크지만 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며 전북출신 김세옥(金世鈺)전경찰청장의 경질을 예로 들었다. 장의원은 『국민연금문제에 대한 홍보부족이 심각하더라』고 덧붙였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충청권
『내각제 해주겄어유, 안되면 갈라서야지유』『경제만 살아나면 언젠가 내각제가 저절로 되지 않겄슈』
설연휴에 충청권에서는 내각제 및 충북경제문제 등이 주된 화제였다고 이지역출신의원들은 전했다. 우선 충남·대전출신의 정일영(鄭一永), 김칠환(金七煥)의원등은 『내각제 약속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만일 약속이 파기되면 튀어나오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북출신의 구천서(具天書)총무는 『내각제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전출신 당직자는 『JP가 또 팽(烹)당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구심속에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며 『내각제가 불발될 경우 두 여당이 힘을 모아야한다는 주장보다는 자민련이 국민회의와 결별해야한다는 견해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또 충북에서는 정부의 충북은행 합병명령과 청주에 공장을 갖고있는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통합된 것과 관련 바닥 민심이 흉흉했다는 전언이다. 충청권의원들은 『자민련이 들러리만 서고있다며 불만을 터트리는 주민들도 많았다』며 『현정부가 무슨 발목이 잡혔길래 경제청문회에 YS부자도 못부르느냐고 나무라는 어른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경인·강원권
경기·강원·인천지역 의원들은 설연휴 기간 지역구민의 주문은 단연「정치안정」과 「경제살리기」 였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역감정의 진원지인 영·호남 에 비해 변두리인 이 지역은 차별받고 있다는 지역구민들의 피해의식도 전했다.
국민회의 유선호(柳宣浩·경기 군포)의원은 『재래시장 상인과 자영업자등의 밑바닥 여론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더라』면서 『하지만 정부의 실업대책 예산이 당사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경기 동두천·양주)의원은 『대도시는 작년에 IMF사태가 터졌지만 체감속도가 느린 농촌과 소도시는 지난 연말부터 IMF 시대가 시작됐더라』며 『주민들이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고 경제에 모든 걸 걸어달라는 부탁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 유종수(柳鍾洙·춘천을)의원은 『2월 초에 여당의 국정보고대회가 열렸는데 영남에는 거물급인사가 줄줄이 가고 이 지역엔 온다는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아 민심이 흉흉하더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찬밥신세인 건 마찬가지라는 피해의식이 커 놀랐다』고 말했다.
이 지역 여당의원들도 『충청지역부터 시작된 상대적 소외감이 수도권과 강원지역까지 북상하는 것을 실감하겠더라』며 『지역감정 문제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풀어야지 대증요법만 의존할 경우 다른지역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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