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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법 적극 대비를

입력
1999.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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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법 적극 대비를

1999/02/17(수) 17:29

15일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을 중심으로 「국제상거래 뇌물방지법」이 일제히 발효됐다. 뇌물추방을 위한 국제적인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이 89년 뇌물관행을 국제적으로 퇴치하자고 제안한 후 10년만의 일이다.

당시 미국은 자국기업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의해 뇌물을 주면 처벌을 받는 반면 타국 기업들은 뇌물을 쓰는 바람에 해외공사 수주 등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국 미국적 원칙의 관철이라는 뜻을 이뤘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해외공사를 따내기 위해 외국 정부의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자에게 뇌물을 주다가는 뇌물방지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처벌 강도도 만만치 않다. 뇌물제공은 물론이거니와 뇌물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만 해도 개인을 처벌하는 한편 그 개인이 속한 기업에도 벌금을 물린다. 또 기업이 뇌물을 준 대가로 얻은 이익이 5억원을 넘으면 이익금의 2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어 초대형 거액 벌금도 가능하다.

사실 기업 편에서 문제의 핵심은 처벌의 형량이 아니다. 뇌물방지법으로 처벌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망신이요, 무시무시한 「딱지」가 된다. 이 딱지가 붙은 기업은 각종 해외공사등 국제상거래계에서 고립돼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뇌물 딱지가 붙은 기업은 아예 입찰 참가대상에서 일정기간 제외하는등 엄격한 후속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우리 기업들은 뇌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뿌리뽑지 않으면 언제 어느 기업이 국제적인 뇌물추방 공격의 대상이 될 지 모른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지만 너무 느리다. 굴지의 대기업들중에는 이제야 사원 윤리헌장등을 만드는 곳도 있다.

정부도 늦기는 마찬가지다. 뇌물방지협약의 국제협상에서 정부가 대책반을 만들어 기민하게 대응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기업들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했어야 한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민간 몫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일이다. 만일 우리 기업이 뇌물방지법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해당기업의 손실이나 불명예로 끝나지 않고 국가적 신인도와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단순히 뇌물방지법 설명회로 끝낼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기업들이 전반적인 운용시스템과 자세를 전환하도록 재촉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뇌물을 주며 사업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인식을 정부와 기업들이 확고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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