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란 「20년 투쟁」마감
1999/02/18(목) 00:28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0)의 이 끝났다. 80년 시리아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하면서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그가 15일 터키 당국에 체포됨으로써 오랜 「오디세이」의 닻이 내려졌다.
터키 정부가 공식적으로 오잘란에게 부여한 죄목은 살인 혐의. 84년부터 터키 남부에서 벌어진 쿠르드족 독립운동으로 3만7,000명이 희생되자, 터키당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오잘란을 법정에 세울 것을 주장해왔다. 쿠르드족에게는 민족을 구원할 자유의 투사로 칭송받았지만 쿠르드 독립을 반대해온 터키 정부에게는 수많은 인명피해를 부른 테러리스트로 지목돼온 것이다.
49년 터키·시리아 국경지역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오잘란이 독립투사로 거듭나게 된 것은 70년대 터키 앙카라대학에서 수학하면서부터.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에 심취한 오잘란은 급기야 학교를 중퇴, 78년 마르크스 이론을 바탕으로 PKK를 창당했다. 80년 9월 터키를 떠나 시리아와 레바논 고원 등지에서 게릴라활동을 시작한 그는 84년 터키 남부의 2개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을 주도, 유혈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10여년간 PKK를 보호해왔던 시리아가 지난해부터 자신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자 그는 최근 일방적인 정전발표안을 선언하고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얻는다면 무기를 버리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 터키 정부가 일절 대화를 거부하고 체포에 심혈을 기울임에 따라 오잘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실제로 터키 당국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그는 이탈리아와 러시아등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한결같이 거절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터키와 적대관계에 있던 그리스까지도 망명을 꺼렸던 그는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이었다. 김지영기자 kimjy@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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