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송사건] 100만건 돌파... 소액사건 66.5% 증가
1999/02/17(수) 15:53
우리나라가 「소송 공화국」이 될 것인가?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이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 국민 40명당 1명이 법정에서 송사를 치른 셈이다. 모든 일을 「법대로」 처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법원행정처의 「사건동향 통계」에 따르면 이중 특히 「3,000만원 이하」소액사건은 전년에 비해 무려 66.5% 증가한 69만6,786건이다. IMF여파로 인해 물품대금및 전세보증금 소송 등 서민들의 「생계형 소송」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오염물질 제거용품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지난해 11월 생전 처음 법원 문턱을 밟았다. D회사 사장 노모(44)씨를 상대로 물품대금청구소송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냈기 때문이다. 소송가액은 불과 54만원. 회계장부를 정리하다 94년 D회사에 납품한 물건 10개 값을 아직 받지 못한 사실을 발견하고 소송을 낸 것이었다. 재판에서 D회사측은 『당시 납품계약은 전 사장이 맺은 것으로 나와는 상관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김씨는 올 2월초 이자를 포함, 65만원의 돈을 돌려받게 됐다.
또한 고소 폭주와 부도사범 급증으로 인해 형사사건도 97년 17만5,165건에서 지난해 21만6,219건으로 23.4%나 증가했다. 부동산 경매사건 역시 97년 14만1,566건에서 24만3,292건으로 10만건 이상 늘었다. 민사조정과 민사독촉 사건은 각각 113.4%, 47.2%씩 증가하고 화의 회사정리 파산 등 도산사건은 97년 492건에서 98년 1,343건으로 2.7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법정소송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 대해 일부 법조인들은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는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과 같이 법정소송이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또 다른 법조인들은 『미국에서도 법정만능주의의 폐해가 지탄을 받고 있다』며 『소송으로 인한 불화와 불신풍조를 조장하기 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법조인들이 앞장서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본안사건에다 신청 등기 공탁사건 등 비송사건을 포함하면 전체 사건 수는 160만건을 넘는다』며 『지난해 본안소송이 100만건을 처음 돌파한 점에 비춰 올해도 소송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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