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지도' 새로 그린다
1999/02/13(토) 18:24
후세인 요르단 국왕의 사망이 과연 중동평화에 먹구름인가.
이스라엘 총선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중동 평화협상이 후세인 국왕의 사망으로 더욱 깊은 난기류에 빠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지만, 국왕 장례식 이후 중동국가들의 발걸음은 의외로 경쾌하다.
이스라엘은 물론, 아랍권내에서도 앙숙관계에 있던 강국들이 후세인 국왕의 「장례외교」를 계기로 급속히 해빙무드를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해빙 무드의 주연은 하파즈 알_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불구대천의 원수인 이스라엘, 「서방의 앞잡이」라고 비난해 왔던 요르단 등에 잇따른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후세인 국왕이 행사했던 「중동의 지렛대」역할을 노리는 듯하다.
예상을 뒤엎고 후세인 국왕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 압둘라 이븐 후세인 신임 요르단 국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으로 있을 중동 정국의 변화를 내비쳤다. 요르단에게는 자신의 신임투표를 이틀 연기하면서까지 조의를 표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스라엘도 뒤질세라 화답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2000년까지 새 평화협정을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혀 사실상 시리아, 레바논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3년전 평화협상을 중단한 아사드 대통령에게는 『5월로 예정된 총선이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한 자리에 앉을 것』이란 말도 했다. 중동의 군사강국간에 오간 이같은 대화는 중동평화 협상의 가장 큰 변화이자 촉매제임에 분명하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밝힌 「독립국 선포 연기 시사」 발언도 주목할 만한 하다.
이스라엘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발상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팔레스타인 인의 절대목표인 「독립국 문제」에 유연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반(反)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노선을 표방하는 「팔레스타인 해방 민주전선」(DFLP)의 나에프 하와트메 의장이 장례식장에서 에체르 바이츠만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평화의 사도』라고 추켜세운 점,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오랜 냉각기를 깨고 타하 마루프 부통령을 조문사절로 파견한 것도 달라진 중동의 초상(肖像)이다.
생전 중동의 평화전도사였던 후세인 요르단 국왕은 죽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hwang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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