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복씨 장례식] "안녕! 코리안 마마" LA가 울었다
1999/02/13(토) 16:53
『누가 마마를…』 11일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 흑인 거주지역인 사우스 센트럴의 세인트 브리지드 성당. 3일 자신이 운영하던 밴네스 마켓 앞에서 무장강도에게 살해된 한인 여성 홍정복(52)씨를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눈물의 장례식」이 지역사회장으로 거행됐다.
지난 15년동안 홍씨를 「마마」라고 불러왔던 인근 흑인주민들이 이곳 주민도 아닌 홍씨의 유가족에게 간청해 이곳에서 치러진 장례식. 홍씨 가게의 단골손님이던 LA카운티 운수국 소속 버스 운전사 6명이 정복을 입고 홍씨의 관을 운구했고 유가족과 300여명의 흑인과 히스패닉 조문객들이 울먹이며 기도했다. 식장에는 주민들은 물론, 지역 시의원 등 주류사회 인사들, 수많은 언론사 취재진까지 몰려들었다. 피부색을 초월한 인종화합의 자리가 된 것이다.
「목요일 휴업, 마마 장례식」이라는 팻말이 붙은 홍씨의 가게 앞. 주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촛불, 성경책, 추모 메시지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기저귀와 우유를 살 돈이 없는 젊은 어머니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싸주며 『돈은 여유가 있으면 다음에 주세요』라고 말하던 마마. 깡통 맥주를 훔쳐 급히 달아나던 청년에게 넘어질까 걱정하던 어머니같은 모습. 마마의 인정에 감복한 흑인들은 92년 LA폭동때도 홍씨의 가게를 번갈아 가며 지켜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홍씨는 3일 오전 10시 5분께 벤네스 애브뉴 54번지 주차장에서 남편 홍종표씨 아들 에디(25)씨가 보는 앞에서 2명의 무장강도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홍씨는 이날 은행에서 3만여 달러의 현금을 찾아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로 가던중이었다. LA 경찰당국은 홍씨의 돈을 빼앗고 총을 쏴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범인들을 잡기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마크 리들리 토머스 시의원은 추도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LA폭동 과정에서 흑인들이 한인 상점을 불태우고 약탈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광경』이라면서 『오늘 이 행사는 한인과 흑인들이 과거의 일들을 씻고 앞으로 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LA 시의회는 이날 홍씨 살해범에 관한 제보자에게 현상금 2만5,000달러를 지급하는 안을 승인하고 추모성명서를 채택했다. LA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12일 홍씨의 장례식과 이를 계기로 조성된 화합의 분위기를 크게 보도했다.
LA 미주본사=하천식·김종하 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