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총수들] "올설엔 좀 쉬자"
1999/02/12(금) 17:32
『내가 나가야 임원들이 편히 쉬지』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우중 회장(대우그룹회장)이 설연휴(15~17일)기간중 모처럼 해외로 출장간다. 그가 떡국 대신「기내식」을 먹는 이유는 일보다임원배려 측면이 강하다. 김회장은 『내가 국내에 있으면 임원들을 불러내야 하고, 이러다 보면 임원들이 쉴 수 없다』며 15일 출국, 18일 돌아올 예정이다.
재벌총수들의 설연휴 행보는 해외출장파와 국내휴식파로 양분되지만 올 해는 국내휴식파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등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케이스. 이들은 예년같으면 중국 홍콩등만 구정을 쇠는 점을 감안, 일본이나 유럽 미국등으로 날아가 현지 근로자 및 주재원들을 격려하고, 외국재계인사들과 만나 신사업구상을 하는 기회로 요긴하게 활용해 왔다.
그러나 올 해는 대규모사업교환(빅딜)과 구조조정등의 영향으로 출장갈 엄두조차 못내는 총수들이 많아졌다. 특히 빅딜에 관계된 일부그룹총수는 정부로부터 아예 「출국금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가 빅딜협상 중인 그룹총수들에게 「선 빅딜매듭 후 출국」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출장파는 김우중회장과 손길승(孫吉丞)SK그룹회장이 대표적이다.
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폴란드 루마니아등 동유럽의 자동차사업장을 순시하고, 모로코등 아프리카에도 들러 그곳의 국가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97년에 180일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했던 그는 지난 해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재계총리」로서 5대그룹의 빅딜과 그룹구조조정, 삼성자동차 처리문제로 해외출장을 수차례 취소했다. 손길승회장은 13일 일본으로 출국, SK㈜등 그룹계열사의 통합법인에 들러 임직원을 격려하고, 대일수출확대를 독려한다. 손회장은 매년 설 연휴때마다 일본 현지지사를 방문해왔다.
반면 삼성자동차의 빅딜 처리문제로 부심하고 있는 이건희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면서 연휴기간 중 장충동 이재현(李在賢)제일제당 부사장집에 들러 모친 박두을여사에게 문안인사할 계획.
정몽구현대그룹회장도 부친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에게 세배를 한 뒤 자택서 휴식을 취할 계획. LG반도체를 현대에 넘긴 뒤 얼굴에서「웃음」이 사라진 구본무LG그룹회장도 집에서 쉬면서 반도체 빅딜매듭과 함께 「실지회복」을 위한 신사업 구상에 골몰할 예정이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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