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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재판 종료] 클린턴 손들어준 '미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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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재판 종료] 클린턴 손들어준 '미의 두얼굴'

입력
1999.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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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재판 종료] 클린턴 손들어준 '미의 두얼굴'

1999/02/12(금) 17:22

 - 말많던 클린턴재판 종료

『빌 클린턴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화두에는 정치 사회 문화 윤리 등 현재 미국의 모든 질문과 현주소가 담겨있다.

섹스 스캔들 조사와 탄핵절차를 통해 드러난 클린턴은 오입장이에다가 거짓말장이다. 상대여성에게 「오럴섹스」를 요구한뒤 『내가 손을 대지 않았으니 성행위가 아니다』는 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추잡하고 비열한 남자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나 돌출행동과 성충동이 심하고 보상심리에서 권력지향성과 야심이 싹텄다는 정신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인간 클린턴」은 발가 벗겨져 있다. 가정에서 자녀 성교육에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로 온갖 얘기가 쏟아졌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그와 모니카 르윈스키사이의 스캔들은 사실이고 그가 위증과 사법방해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탄핵과 대통령직 사임에는 반대다.

「인간 클린턴」이 발가벗겨지면 질수록 「대통령 클린턴」의 지지율은 올라가는 수수께끼가 계속됐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그가 인간성은 어찌됐든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1950년대 이래 가장 튼튼한 경제를 구가하고 있고, 유권자의 절반이 목줄을 매고 있는 증시가 호황이다. 또 클린턴은 북아일랜드 중동 등 세계의 오랜 분쟁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외교업적도 쌓았다.

민주당 의원들마저 『양심상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지만 여론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권자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준 대통령을 탄핵해서는 안된다는 민심을 읽고 있고, 민심을 어기고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먼저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미 궤도에 올라 저절로 잘 굴러가는 국정을 자기의 업적으로 만든 「정치 10단 클린턴」의 솜씨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많다.

그는 탄핵절차의 고비 때마다 이라크를 공격하기도 하고, 교육 의료 등 체감지수가 높은 정책을 발표해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도 하면서 국정에 전념하는 대통령상을 만들어 냈다. 공화당과 언론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그는 이제 정치단수의 승단예정자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군복무를 기피하고 성생활이 문란한 대통령을 용인한다는 것은 미국의 가치관이 청교도주의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유주의로 이동중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나긴 섹스 스캔들의 터널에서 마주쳤던 「인간 클린턴」과 「대통령 클린턴」의 두 얼굴은 바로 미국의 초상(肖像)이다.

/신윤석기자 y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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