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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설맞이] "재기 귀향' '연휴반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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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설맞이] "재기 귀향' '연휴반납" 풍경

입력
1999.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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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설맞이] "재기 귀향' '연휴반납" 풍경

1999/02/13(토) 08:19

모레면 민족최대 명절인 설이다. 월급이 깎이면 깎인 대로, 직장이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고단한 현실은 잠시 접고 설레는 마음으로 설을 맞는다. 수출현장에서 만난 두개의 설맞이 풍경은 불황끝에 건져올린 재기의 희망들이었다.

◆ 대아기계펌프 정기택씨 ◆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대아기계펌프에서 공작기계를 다루는 정기택(鄭基宅·35)씨는 요즘 들뜬 마음에 괜스레 신이 난다. 설에 만날 정겨운 부모님 얼굴이 벌써 눈에 선하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정씨는 지난해 설과 추석은 물론 1년내내 고향에 가지 못했다. 최악의 불경기로 월급마저 받지못해 차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명절이 무섭더군요. 적금통장은 물론 두딸 명의로 된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생활비에 보태야하는 처지에 고향을 가봤자 어렵게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 부담만 끼쳐드릴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2년에 고향을 떠난 정씨는 부산과 경기지역의 공장을 전전하며 기술을 익혔다. 비록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쪼개고 쪼개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두동생에게 생활비를 부치는 효자였다.

93년 이회사에 입사한 정씨는 『지난해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며 『아내와 두살배기 딸을 볼때마다 얼굴을 들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씨의 회사는 지난해 8월 부도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 품질보장마크를 획득했고 올 1월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수화력발전소 정비적격업체」로 선정될만큼 성장했다. 40여명의 직원들이 불황에 굴하지 않고 재기를 위해 일치단결한 결과였다. 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 동양와이퍼 성백명 상무 ◆

고향가고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섭섭하지 않습니다. 연휴를 반납했지만 수출이 잘돼 재기하는게 더 중요하지요』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동양와이퍼㈜의 성백명(成百明·44)상무의 표정에서 연휴를 반납한 섭섭함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부도로 지옥끝까지 갔다온 회사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86년 설립된 자동차와이퍼 전문수출업체인 이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이전까지는 포드 등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에 납품을 해오던 우량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IMF의 칼바람은 하루아침에 회사를 난도질했다. 국내거래처의 연쇄부도로 15억원의 돈을 떼였고 봄이되자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났다.

『수주를 하고도 운영자금이 없어 물건을 만들지 못할땐 눈물 많이 흘렸죠. 국내금융기관이 「부도업체」라며 대출을 중단했거든요』

그러나 회사는 단골 바이어들의 도움을 발판으로 경영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재기의 길로 들어섰고 2월에만 5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아직 설 보너스를 줄 만큼 회사의 사정이 넉넉치는 않지만 지난주 직원들에게 석달치 밀린 월급을 지급했다. 출장간 사장을 대신해 공장을 지휘하고 있는 성상무는 『대부분 설휴가를 반납할 정도로 회사를 믿어준 동료들이 고맙다』면서 『올 추석에는 모두 밝은 표정으로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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