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기업 윤리헌장
1999/02/12(금) 17:36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김우중(金宇中) 현회장을 재선임하고 업종단체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장단을 늘렸다. 또 기업윤리헌장을 선포하고, 5개년 발전계획 성격인 「전경련 비전 2003」을 채택했다. 「재벌의 대변자」 「IMF행의 주범」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노력이다.
김회장은 『전경련 스스로가 먼저 변하고,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기업윤리 확립과 구조조정의 조기 완료를 위한 기업자율개혁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변신은 기대에 훨씬 못미쳐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전경련이 그동안 진행해온 기업 구조조정을 중간 결산하면서 앞으로 재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를 바랐으나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장밋빛 청사진 제시에 그쳤다. 재계와 국민과의 의식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전경련은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해 사회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보다 급한 발등의 불은 정경유착 근절이다. 우리는 전경련이 정경유착 근절의 강한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실행방안등을 제시할 것을 기대했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기업윤리헌장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부당한 정치자금 제공 금지」등 구체적인 안을 준비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고 한다. 전경련이 벤치마킹했다는 일본 경단련(經團連)의 경우 정치자금 제공 금지등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헌장 위배행위에 대한 제재도 「회원사 제명」이 예상됐으나, 「기업윤리위원회를 통한 엄정한 조치」선으로 후퇴했다.
재계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간섭이 심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재계 총본산인 전경련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재벌에 대한 불신이 IMF체제와 맞물려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빅딜등 그동안의 재벌 개혁에서 그룹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기주의의 벽을 높여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전경련은 재벌 친목단체에서 탈피하자는 것이 목표였으나 결국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업종별 대표와 비오너 전문경영인, 여성기업인등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경유착 특혜집단」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이제부터 시작이듯 전경련 변신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자기 살을 도려내는 강한 자기변신 노력이 요망된다. 그래야 신뢰와 사랑을 받는 재계의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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