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루머 춤추는 관가
1999/02/11(목) 17:49
정부조직개편을 앞둔 관가에 루머가 춤을 추고 있다. 루머의 유형도 갖가지다. 가장 기승을 부리는 유형은 「확정형」루머다. 『금융감독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로 일원화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권고했다』. 더이상 수정될 여지없이 최종발표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권한을 넘겨주어야 할 재정경제부는 『IMF와의 1·4분기 정책협의시 반영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다음은 「분석형」루머다. 『정부조직은 공동정권의 역학구조와 맞물려 있기때문에 이번에 큰 폭의 개편은 어렵다』는게 「분석형」의 골자. 「비방형」도 있다. 『모 부처가 위상축소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지만 조직개편이 이미 큰 폭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공식설명은 아랑곳없다. 이런 루머가 난무하면서 적지않은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귀동냥이나 자기부처에 유리한 안을 이끌어 내기위한 로비, 앞으로의 공청회때 「반격」하기 위한 이론무장 등에 열중이다.
사실 이런 풍경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공무원에게 조직은 생명이다. 인허가권을 비롯한 각종 행정규제(밥그릇)가 조직으로부터 나온다. 조직개편이 추진될 때마다 관가가 크게 흔들렸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재임시 조직을 축소시킨 기관장은 물러나서도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곤 한다. 97년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원을 분리하는 한은법개정안에 동의해 준 이경식(李經植)전총재의 경우 역대 총재의 사진이 걸려 있는 한은강당에 그의 것은 아직 없다.
공무원의 자중(自重)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하지만 이런 밥그릇싸움이 공무원 스스로를 또다시 피곤하게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다. 지난해의 조직개편이 관련부처 등의 로비로 변질되는 바람에 1년만에 다시 하지 않는가. hkjung @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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