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브런디지의 경고
1999/02/11(목) 17:38
『스포츠는 인간적 완성과 인격도야의 한 방법으로 존재할 뿐 축재의 수단, 정치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_ 52년부터 72년까지 20년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으로 올림픽운동을 이끌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의 말이다. 「미스터 올림픽」, 「최후의 아마추어」로 일컬어지기도 했던 그는 『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원이나 선수들이 올림픽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화석처럼 머리가 굳은 노인」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같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삿포로(札幌)동계올림픽 때 상품선전에 나온 세계 제일의 알파인 스키선수를 제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프로스포츠가 발전하고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아마추어리즘은 지나치게 고전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위원들의 비리의혹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때라 브런디지의 아마추어리즘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마추어리즘의 브런디지와 상업주의를 올림픽에 도입한 사마란치위원장이 새삼스럽게 비교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올림픽이 이제는 하나의 돈벌이 축제로 변한지도 오래다. 이때문에 올림픽유치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IOC위원들에게 섹스향응까지 배푼 곳도 있다는 보도다. 오죽했으면 말썽이 난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우리는 역대 올림픽개최지와 비교할 때 별다른 일을 한 것도 아니다』고 항변했겠는가.
■『임원이나 선수는 올림픽을 돈벌이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브런디지의 경고를 IOC위원들이 잊은 것이다. 그런데도 사마란치위원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올림픽운동을 개선하려는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를 소위에서 선정하려는 개선안도 내부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다가는 올림픽이 월드컵축구에 밀리는 경향이 더욱 심화할 것 같다. IOC는 브런디지의 경고를 이제라도 곰곰이 되씹어야 한다. /이병일 수석논설위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