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통화정책 참견말라" 신경전
1999/02/11(목) 18:11
미국이 일본의 통화정책에까지 참견, 양국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강력한 반발로 미국이 주춤하는 모습이나 「통화전쟁」의 불씨가 던져졌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들에게 통화정책의 완화를 요청했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확대해 엔화의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는 게 주문내용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경기부양 요구에 따라 재정투자와 세금 감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려 왔다.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장기금리의 지표종목 국채의 유통 수익률은 크게 상승(채권값은 하락)해 한때 연 2.8%까지 뛰어 올랐던 장기금리는 10일 현재 2.0%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것도 연 0.5%의 재할인율에 비하면 엄청난 고금리이다. 고금리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국채발행의 최종 목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상쇄해 버린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 제시한 「감세·재정투자 확대」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도가 전혀 다르다.
우선 일본 정부조차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미국이 참견하고 나선 것은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 이 문제에 대한 일본내 논쟁이 정리되지 않은 마당에 12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정책결정 회의를 겨냥한 미국의 간섭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불쾌감이 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경제의 조속한 회복과 아시아 경제로의 파급 효과」라는 미국의 설명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관방장관은 9일 『80년대 일본이 미국 국채를 사들였듯이 미국이 균형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며 「정말 그렇다면 너희가 일본 국채를 소화하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신경전은 「강한 통화」를 원하는 엇갈린 이해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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