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파일] 마요네즈
1999/02/11(목) 18:59
- 메우지 못한 연극과 영화의 거리
연극과 영화사이의 거리는. 양쪽 모두 이야기가 있고, 배우가 있고, 관객이 있으니. 한 뼘 정도? 아니면, 가까이 다가가면 배우들의 숨소리조차 생생한 무대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봐야만 전체가 잡히는 스크린의 거리 차이 정도? 그래서 연극을 영화로 쉽게 변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연극에서의「인기」란 프리미엄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약속」(원제: 돌아서서 떠나라)이 그랬고, 연극「마요네즈」(감독 윤인호)도 막을 내리자마자 한 편의 영화가 됐다.
그러나 「비슷하다」는 말은 뒤집으면 「같지 않다」는 의미일 터.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잊어버리면 영화는 아름다운 「변주」를 잃고 「이탈」혹은 「반복」이 된다. 좁은 무대, 감정과잉과 수다가 싫어 다양한 캐릭터들의 충돌로 메시지와 웃음을 강렬하게 만든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대신 법정드라마의 반전과 묘미는 헐거웠다. 마지막 어두운 방이 아닌 성당에서 흥건하게 풀어놓은 눈물, 그 하나로 연극보다 더 성공한 「약속」.
「마요네즈」는 어디 쯤에 서 있을까? 마요네즈를 머리 영양제로 생각하는 엄마(김혜자)와 그것을 혐오하며 자란 딸(최진실). 그 둘이 서로 충돌하고 화해하는 공간은 딸의 아파트이다. 여성으로서의 꿈이 거친 삶과 가족에 의해 깨지고 황혼녘에 선 어머니의 하소연과 눈물과 히스테리가 새롭다.
부산 사투리와 감정변화를 능숙하게 해내는 김혜자의 힘이다. 배우의 카리스마가 관객흡입의 요체인 2인극에서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기존의 전통적 모성상을 뒤집어 보인다.
그러나 배우도, 감독도 연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단조로운 동선(動線)에 갇히고, 대사와 외형적 표현에 눌려 영상의 여유와 깊이를 소홀히 했다.
연극의 맛을 제대로 못살린 영화도 헛헛하지만, 연극을 「반복」하는 영화를 보는 것도 안타깝다. 원작(소설)자이자 연극 대본을 쓴 전혜성씨가 시나리오까지 썼다. 한 사람에게 셋 사이의 미묘한 차이까지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까.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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