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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판사]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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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판사]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하여'

입력
1999.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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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판사]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하여'

1999/02/11(목) 18:21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1995년은 근대사법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습니다. 그 해, 우리 법관들이 전관예우 문제로 얼마나 매도당했는지 벌써 잊었는가요? 그리고 지난해 의정부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에 대전사건이 또 터진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왕조말기 역사소설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상고이유서, 변론재개신청서에 이름만 넣고도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받는 변호사들이 있다는 소문은 헛소문입니까? 일을 한만큼 보수를 받아야 도적이나 날강도가 아니지, 이름만 넣고 수백만원, 수천만원 받으면 그것은 도적이요, 날강도입니다.

이번만은 사법부의 고질적인 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오히려 털어놓는 것이 신뢰받는 길입니다.

사법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방이래 현재까지 소수 정치적인 사건에 관하여 출세지향적인 소위 엘리트법관들이 집권자의 편의 위주로 재판한데 말미암은 것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관련하여 곤혹스러움을 느껴보지 않은 법관이 있었는가 묻고 싶습니다.

제가 1979년 사법연수원에 들어오면서부터 느낀 점은 도대체 왜 정년까지 근무하는 법관들이 0.1%밖에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법원이 전관변호사 양성소처럼 되어버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어느 나라 사법부가 이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까? 저는 가장 큰 원인은 출세주의에 사로잡힌 소수 엘리트 판사들 위주로 법원 행정을 펼친데 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고달픈 법관 생활을 마친후 화려한 변호사 생활을 꿈꾸어보지 않은 법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사법부가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특권을 포기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를 하다가 죽는 사람은 변호사일 뿐 입니다. 법관으로서 죽을 때 진정한 법관입니다.

결론적으로 제2의 건국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법조계라고 생각합니다. 법리적으로도 청문절차 없는 재임명제도는 명백한 위헌입니다. 발탁승진제도는 재판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너무나 크고 법관의 사직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므로 위헌입니다. 주관적 근무평정제도 또한 법원장의 재판간섭에 대하여 아무 대책이 없어 그 위험성이 너무 크므로 위헌입니다. 앞서 제가 말한, 미국식 명예법관제도나 일본의 은퇴법관 같은, 보다 덜 위험한 대안들(Less Restrictive Alternatives)이 있음에 비추어볼 때 명백한 과잉규제입니다. 그밖의 문제들에 대하여도 왜 대안이 없겠습니까만은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이것으로 줄일까 합니다.

(이번일에 관련하여 많은 반대가 있지만, 특히 젊은 판사님들의 격려메일이 저에게 큰 힘이 되고있습니다. 저의 견해에 대하여 지지하는 분들께서 제 개인 메일로 의사 표시를 해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문흥수(文興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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