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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의 외화도피 의혹

입력
1999.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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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의 외화도피 의혹

1999/02/11(목) 18:39

검찰은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사기 및 재산국외도피) 위반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회장이 국내은행에서 1억8,000만달러를 부정대출받아 이중 1억6,500만달러(1,800억원 상당)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것은 기업이 망해 수많은 종업원이 길거리에 나앉아도 혼자 잘 살겠다는 반사회적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최회장이 미국에 호화저택과 경비행기까지 사들였다는 보도는 허리띠를 졸라맨채 고통을 견디고 있는 국민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빼돌린 돈이 1억6,500만달러나 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많은 돈을 어떤 방법으로 빼돌렸는지도 의문이다. 우리의 외환관리가 아직도 그렇게 허술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검찰이 그동안 중단했던 사건을 재수사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하순 최회장을 불러 혐의를 조사했으나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수사를 중단해 그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었다. 검찰은 환란 극복을 위해 한 푼의 외화가 급한 때여서 신동아그룹의 10억달러 외자도입 협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수사를 중단했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재벌총수가 법대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었기에 대다수 국민은 또 재벌 봐주기냐는 의심을 품어왔다.

검찰 주변에서는 신동아측이 사건 무마를 위해 특정지역 인사를 고위간부로 영입해 로비를 해왔다는 소문까지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런 의혹을 불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수사는 큰 의미가 있다.

또 한가지는 이번 수사 재개가 최근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의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해 검찰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젊은 검사들의 집단행동까지 있었던 터여서 우연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 의심받을 일은 하지 말자는 검찰 내부의 자성론이 수사 재개와 구속수사의 계기가 됐다면 더욱 다행한 일이다.

최회장은 현정부 들어 사법처리되는 첫 재벌총수가 됐다. 이번 케이스가 법을 어기는 사람은 누구나 법대로 처벌한다는 신호탄이기를 바란다. 최회장측은 혐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한다고 하는데, 철저한 조사로 어느 것이 진실인지 밝혀야 한다. 의혹을 파헤치는데 예외가 있으면 다른 사건들의 공정성까지 의심받게 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검찰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다른 사건들도 분명하게 처리해 주기 바란다. 지금 검찰에는 다른 재벌총수들과 정치인들이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계류되어 있다. 야당이 계속 임시국회를 열어 의원들을 사법처리하지 못하는 사정은 알지만, 검찰이 최선을 다한다면 불신을 살 까닭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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