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록그룹 블링크] '미인'에 홀딱 반했어요
1999/02/11(목) 18:54
『5음계(pentatonic)를 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예요. 단순하다고 치부해 온 5음계만으로 이처럼 멋진 곡이 나올 수 있다니, 참 놀라운 경험입니다』 4인조 록 그룹 「블링크」의 토마스 니그라언(29·노래, 기타).
13~14일 서울 무대서 연주할 신중현의 「미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97년 첫 방한, 삐삐 롱 스타킹과 발랄한 무대를 꾸몄던 결성 6년차 인기 덴마크 록 그룹의 리더다. 1집 「Betty」는 12만, 2집 「Get High」는 3만장이 국내 소화된 인기 그룹이 이번에는 걸립패로 나선다.
이들이 「미인」과 조우한 것은 한달 전. 『이번에는 한국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며 국내 주최측에게 몇 곡을 부탁했다. 그 중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을 돌린 순간, 그들은 귀를 의심했다. 「이미 70년대 한국에 저처럼 세련된 선율과 신기의 기타 애드립이 있었구나!」.
곡을 받자마자 한 달 꼬박 연습한 그들은 「미인」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5음계 속주 기타 연주는 물론, 외국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명료한 한국어 발음이 화음을 타고 밀려 온다.
더우기 이번 무대는 언플러그드 무대. 음악적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자리다. 내한 공연때 국내 밴드를 게스트로 부르는 데 그쳤던 다른 해외 팝 그룹의 내한 공연과는 다른 지평이다.
어쿠스틱으로 전체 무대를 꾸미는 것 또한 그들로서 이번이 처음. 이번 한국 무대를 준비하면서 5음계의 세계에 매료돼 언플러그드로 발전시킨 것. 『록은 공격성, 블루스는 슬픔의 음악』이라며 두 세계를 다 추구해 왔다. 이제는 여기에 『5음계는 「승화된 블루스」』라고 덧붙인다.
한편 원작자 신중현씨는 『국내 또는 일본 가수들이 종종 리바이벌하긴 했으나, 서양 가수가 「미인」을 부르기는 처음』이라며 『유사한 5음이지만, 서양식 5음계로는 낼 수 없는 우리 궁상각치우 음계의 깊은 맛을 그들이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환영했다.
당시 정권이 「퇴폐」로 몰아 붙여 73년 금지곡의 수모를 겪기도 했던 곡이 벽안의 청년들에 의해 다시금 진면목을 드러낸 셈이다.
이들은 또 『귀국하면 영어판 「미인」을 불러 히트시키고, 음반도 내겠다』고 다짐했다. 13일 오후 7시, 14일 오후 6시 정동이벤트홀. (02)736_6069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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