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또 '뇌물악취' 새 복마전
1999/02/10(수) 17:25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사. 10일 이 건물을 찾은 민원인들은 평소와 달리 정문에서부터 까다로운 「검문」을 받아야 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부서와 목적을 밝혀야만 출입이 가능해졌기 때문.
김연판(金練判) 의약품안전국장이 찾아온 제약업자들로부터 돈을 받다 적발되자 식약청은 『방문객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이처럼 요란을 떤 것이다.
김 국장의 비리사실이 발각된 것은 박종세(朴鍾世) 전 청장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지 불과 보름만이다. 두 사람 모두 제약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았지만, 이번엔 총리실 암행감찰반에 「현장범」으로 붙잡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감찰반이 김국장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것은 8일 오후. D제약 간부들이 다녀간 직후였다. 방안을 수색하자 책상서랍에서는 방금 받은 것으로 보이는 1만원권 현금뭉치 300만원이 나왔고 캐비닛 안에는 현금다발 2,500만원이 쌓여 있었다.
이 돈뭉치들은 김국장이 연초 정기인사때 의약품안전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제약업체로부터 인사치레로 받은 돈으로 추정됐다. 업자 입장에선 주무국장을 한 번 「알현」하는데 최소한 수백만원이 든 셈이다.
실제로 한 제약업체 직원은 『담당국장이 새로 왔는데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가 무슨 낭패를 당하려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외청으로 독립한 식약청은 이름 그대로 식품과 의약품 안전의 「최종 판관」이다. 판관이 업체 이권과 직결된 인·허가와 안전·유효성 판정을 하면서 뒷거래를 한다면 어느 국민이 수용할까. 방문객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은 식약청 직원들이 더 잘 안다.
『새로운 복마전만 키웠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식약청은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자정다짐을 해야 한다. 식·의약품에 관한한 세게최고 권위기구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처럼 만들겠다고 영문이름도 「KFDA」로 했지만 지금같은 식이면 「뇌물수수청」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변형섭 사회부기자 hispeed@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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