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휴대폰' 분통
1999/02/10(수) 17:44
- 통화못해도 '안내음' 나오면 요금물려
휴대폰에 전화를 걸 경우 통화중이어서 통화도 못한 채 전화를 끊어도 전화료가 부과돼 이용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통화를 하지 못했지만 통화가 이뤄진 것처럼 전화료가 계산되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이모(38)씨는 며칠전 급한 일 때문에 공중전화로 남편 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고는 깜짝 놀랐다. 「○○소리샘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수 없아오니…」라는 안내음이 나오기가 무섭게 100원짜리 동전이 뚝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남편이 휴대폰전원을 꺼놓은 것을 확인한 이씨는 휴대폰회사에 문의했지만 「안내음이 나올 때」에도 전화료가 부과된다는 대답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전화료부과는 SK텔레콤(011) 신세기통신(017) LG텔레콤 (019) 한솔PCS(018) 한국통신프리텔(016) 등 휴대폰 5사가 이용약관에 음성메시지서비스(VMS)를 기본상품으로 넣어놓았기 때문이다.
즉 휴대폰 전원이 꺼졌거나 받지않을 때는 물론이고 통화중일 때와 통화불통지역 통과시에도 자동으로 안내음을 보낸다음 통화가 이뤄어 진 것처럼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업체들이 VMS를 반강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통화수를 많이 발생시켜 한국통신으로부터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의 접속료수입을 받으려는 전략 때문이다.
1,400여만 휴대폰고객(5개사합계)가운데 VMS를 이용하는 고객이 95%에 달하고 있다. 휴대폰 고객들이 통화도 하지 못한채 부담하는 이같은 전화요금은 연간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VMS서비스료를 휴대폰 발신자와 수신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VMS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VMS서비스시 발신자에게 전화료부과사실을 알려준뒤 안내음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문은숙(文恩淑)부장은 『휴대폰업체들이 약관을 악용, VMS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은 다른 전화이용자의 전화료수입을 노린 명백한 소비자권리침해 행위』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휴대폰 5사는 『이용약관에 VMS의 전화료를 별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광일기자 goldpar@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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