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소환 전말] 1억6,500만달러 불법송금
1999/02/11(목) 00:31
검찰이 우여곡절 끝에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을 수사착수 10개월여만인 10일 재소환함으로써 최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해 3월부터 신동아그룹의 외화도피 혐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금융거래상황을 분석하는 등 물밑수사를 벌여왔다.
같은해 4월말 신동아그룹 계열사인 신아원(현 SDA인터내셔널) 전 사장 김종은(金鍾殷)씨가 『회사비밀을 폭로하겠다』며 최회장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이 사건은 세간에 노출됐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아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동아그룹의 수출사기와 외화도피 혐의를 포착, 다음달 하순 최회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밝혀낸 신동아의 수법은 전형적인 수출사기. 미국의 유령회사에 수출하는 것처럼 선하증권을 위조, 은행으로부터 1억8,000여만달러의 수출금융을 받아냈고, 이중 1억6,500여만달러를 물품대금 명목으로 외국으로 불법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암초에 부딪쳤다. 신동아의 주력계열사인 대한생명이 그 무렵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보험사와 10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IMF체제 이후 외화유치가 절박한 상황을 감안, 고심끝에 최회장의 재소환 등 수사를 유보했다.
최회장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2월말 검찰 고위관계자가 『외자유치협상의 성사여부와 상관없이 최회장을 사법처리해 이 사건을 조기 종결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검찰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아원 김 전사장을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다시 구속했고, 이날 최회장을 비로소 재소환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회장의 혐의가 확인되면 새정부 들어 사법처리되는 첫 재벌총수가 될 전망이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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