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민노총 탈퇴 사실상 공식화 '좌초위기'
1999/02/10(수) 18:39
민주노총이 10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탈퇴 안건을 오는 24일 대의원대회에 상정키로 했다. 노사정위 참여를 지도부의 결정적 실패로 보는 현장노동자들의 정서적 반발과 대의원들이 중앙위에서 올린 안건을 부결한 적이 없었던 선례로 봐, 민주노총의 탈퇴는 이제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둔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불참한데 호응, 같은 입장을 취해온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의 방식을 뒤따를 것으로 보여 노사정위는 출범 13개월여만에 심각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로써 IMF이후 노동현안을 노사정위라는 큰 틀로 풀어왔던 정부의 노동정책도 결정적 고비를 맞게됐다.
특히 양대 노총 지도부는 지난해의 「선협상_후투쟁」방식을 바꿔 「파업_시위 등 투쟁우선」의 길을 걷겠다고 밝혀 올 봄 노동계엔 구조조정 반대, 빅딜 반대 등의 시위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어렵사리 회복돼가던 우리 경제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실업자 수도 2월말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위기감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노사정위 참여를 통해 얻을 것도 있다는 목소리는 「어용」으로 몰리는 현장의 분위기 때문에 온건론은 거의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내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산업연맹위원장에 최근 당선된 문성현(文成賢·47)씨도 『지금은 조합원, 노조, 노동운동가 모두가 살기위해 투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새 집행부는 파업지도부』라고 못박았다. 노사정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온건파였던 그의 태도변화는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노동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그러나 더욱 걱정되는 것은 현장분위기다. 벌써 빅딜에 반대하는 5대 재벌 노동자의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0일에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한부 파업을 앞당겨 시작했다. 지난해 화약고였던 현대자동차도 노사타결 당시 합의한 사안을 놓고 노사 모두 『저쪽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맞서며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가 「마이 웨이」로 달리자 여당과 노동부, 노사정위 등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성과는 커녕 당정간의 내부조율도 끝내지 않은 채 발표에만 급급해, 한 쪽이 발표한 내용을 한 쪽이 부인하는 혼선도 적지않다.
당정은 9일 업종·직종별 노동조합에 실직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초기업노조의 실직자 가입을 3월중 법제화한다고 서둘러 발표했지만 법무부는 여전히 반대입장을 굽히지않고 있다. 노동계의 반응 또한 『알맹이 빠진 법제화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당과 노사정위가 마련한 노사정 법제화부분도 『절대 불가』라는 노동부의 반대로 답보상태다. 이런 분위기탓인지 이기호(李起浩)노동장관이 9일밤 이갑용(李甲用)민주노총위원장을 만나 민주노총의 합법화방침, 구속노동자의 큰 폭의 석방·사면복권 등을 귀띔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못했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내에서조차 노동문제를 놓고 강·온 양론이 엇갈려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정위가 필요하다면 무엇보다 여권의 방침이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국기자 east@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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