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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변관식 탄생 100주년 `소정과 금강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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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변관식 탄생 100주년 `소정과 금강산'전

입력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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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변관식 탄생 100주년 `소정과 금강산'전

1999/02/10(수) 16:55

56년 국전 심사장에서 수상자 선정을 두고 소정 변관식 변관식(1899~1976)과 심산 노수현(1899~1978) 사이에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점심을 먹으러 냉면집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논쟁은 이어졌다. 괄괄한 소정은 분을 참지 못하고 놋그릇 냉면 대접을 집어던져 심산의 눈두덩을 찢고 말았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57년 10월 21일 소정은 「연합신문」에 파벌로 얼룩진 국전심사비리를 폭로하는 「공정 잃은 심사」를 투고,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동양화단의 영원한 야당으로, 실경산수의 대가로 꼽히는 소정 변관식. 삼성미술관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소정의 작품세계, 특히 금강산 실경산수를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세계를 일별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 「소정과 금강산」전을 12일~4월 11일 호암갤러리(02_771_2381)에서 마련한다.

근대 6대가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청전 이상범과 소정은 화풍이나 성격면에서 여러 모로 비교되는 부분이 많다. 청전의 그림이 가시같은 필선으로 아스라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소정은 갈필의 힘찬 먹선으로 대상을 중량감있게 표현했다. 끈기와 소박함을 한국인의 심성에 비한다면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소정의 그림이었다.

그는 1937년경부터 수시로 금강산을 유랑하면서 산세와 바위, 나무 등을 스케치, 사생에 기초한 한국화를 선보였다. 이전 동양화가들이 중국의 산수를 그리는 사의화에 치우쳤던 반면 그는 눈으로 본 우리 풍경을 그렸던 것이다. 이당 김은호도 금강산을 자주 기행하기는 했지만 겸재 정선 이후 금강산을 가장 잘 소화한 작가는 소정이 꼽힌다. 전시에는 「외금강 옥류천」(58년), 「외금강 삼선암 추색」(59년), 「내금강 진주담」(60년), 「금강산 구룡폭」(60년대 전반)등 소정의 대표적 금강산 그림 19점이 나왔다. 최근 금강산 관광이 허용되면서 구룡폭포를 직접 보고 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강산 구룡폭」에서의 폭포가 사실보다 너무 작게 그려지는 등 원근감 표현이 적합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규일(미술평론가)씨는 『소정은 해방 전 수차례 금강산을 유람한 터라 구룡폭포의 실상을 몰랐을 리는 없다. 사의화와 사생을 결합한 화풍의 특성이 드러나는 그림이 바로 「구룡폭」』이라고 설명했다.

청전이 다른 이들과 화풍이 다른 것은 이유가 있다. 청전 심산 등 6대가 중 4명이 「경성서화미술회」출신으로 「주류」를 형성했던 반면 이곳에서 공부하지 않은 소정과 이당은 일본으로 건너가 남화의 대가인 「고무로 스이운」을 사사했다.

전시에는 또 그가 주로 그렸던 「강촌유거」(1939년), 「춘광」(59년), 「농가의 만추」(60년), 「춘경산수」(70년), 「청서무림」(71년), 「산촌신색」(74년)등 시골풍경 20점, 1923년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동연사」의 초기 모임인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의 그림 9점 등 50여점이 전시된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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