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여건 뒷받침 안되는 '교육비전 2002'
1999/02/10(수) 17:04
그동안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군사부일체의 전통과 권위를 갖고 과밀학급에서 많은 학생을 통제하는 교육을 해왔다. 이제는 이를 대체할 만한 아무런 수단도 없이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 수요자 중심교육, 학습자 주도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수요자이자 고객인 교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누구를 중심에 두고, 누구를 만족시키는 교육을 실시하란 말인가. 교육정책, 교육행정의 수요자이고 고객이어야 할 교원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99학년도 중학생과 고교 1학년 학생부터 실시되는 교육비전 2002의 새교육방안은 종래의 주입식, 암기식교육에서 탈피해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체제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며, 교과성적외에 학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학생부에 누적 기록해 무시험 전형자료로 삼는 한편 수행평가를 하라고 한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가? 특히 대도시 대부분의 고교는 50∼60명의 과밀학급이며 1주일에 교사가 담당해야 할 학생수가 700∼800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에 이르는데 수행평가를 올바르게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의 수업시수, 교원정원정책, 교실부족, 교육예산부족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가능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성이 없다.
지금처럼 학교별 교원정원제로는 2002년 새학교 문화창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학교별 정원제보다는 지역별(시-군-구) 정원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고교 2, 3학년때는 필수과목이 사라지고 학생이 선택하는 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제는 교사들도 노력없이는 교단을 지킬 수 없게 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근거하여 학생을 평가하도록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행평가와 같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육당국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교육부의 입장에서 보면 교사도 교육수요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망각한채 지시만 내리면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교육비전 2002가 성공할 수 있을까.
김창학 서울 신정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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