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제 뒷전 '정치청문회'
1999/02/10(수) 18:31
막바지에 접어든 경제청문회가 10일 모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시작했다.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은 개의직후 의기양양하게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어제 박재목(朴在穆)전경찰청조사과장의 증언으로 사직동팀의 DJ비자금 추적내용이 조작, 왜곡발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보고됐다는데 대통령이 몰랐을리 없으니 철저히 조사해야한다』 다른 의원들도 이의원의 제안에 동조했고 장재식(張在植)위원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 회의에서 결정하자』고 맞장구를 쳤다.
국회 「IMF환란조사특위」의 사직동팀 불법사찰의혹은 지난달 21일 김상우(金相宇)전 은감원검사 6국장의 증인신문에서 제기됐다. 그가 사직동팀의 실체를 시인하자 특위의원들은 「큰 건」을 건진 듯 집중적으로 달려들었고 증인의 추가채택을 통해 결정적 증언을 이끌어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사직동팀 이야기가 나오길래 물고 늘어지라는 메모를 전달하며 쟁점화시키려 애썼다』며 대단한 전리품을 얻어낸양 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가」가 환란원인을 규명하기위한 청문회 본래취지에 비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기관을 동원해 야당 대선후보의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사하고 부풀려 폭로한 행태는 중대한 탈법행위로 엄중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한다.
하지만 경제청문회가 이 문제를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본안」으로 다뤄야 했을까. 아무리 광의로 해석해도 IMF환란원인과 이 문제는 거리가 먼 곁가지에 불과하다.
특위 관계자들조차 『사직동팀 문제가 경제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냉소했다. 국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청문회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키며 정치공방만 가중시키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정책청문회를 내세웠던 여권 스스로가 「정치적 청문회」로 후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부 염영남기자 ynyeo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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