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후모냐의 충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후모냐의 충고

입력
1999.02.11 00:00
0 0

후모냐의 충고

1999/02/10(수) 16:57

김재희(64)씨는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국제공무원 최고위직에 올랐던 분이다. 75년 유네스코 방글라데시 주재 홍보자문관으로 유엔에 들어간 김씨는 유니세프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대표(D-1급)까지 지냈다.

85년부터 근무했던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는 5년만에 영아의 백신접종률을 6%에서 90%로 올렸다. 집배원도 가지 않는 산간벽지에도 유니세프의 예방접종팀은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그 나라 사람은 누구나 유니세프와 「마담 킴」을 알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90년 뉴욕 본부로 전근이 되자 현지 추장들이 모여 그를 명예추장으로 추대했을까. 그 때 얻은 이름이 「후모냐 마또 2세」.

미국에서 은퇴생활중인 김씨는 지난해 말 한 학기동안 가톨릭대 국제대학원에서 산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이때 만난 김씨는 경제위기의 해결방안에 대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책임자가 상을 받고 벌을 받는 책임자 명기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안이 승인되면 시행되고 안되면 끝이다. 중간과정이 없다. 반면 유엔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담당자가 창안을 하면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되는지 그 흐름이 모두 결재서류상에 표시된다고 한다. 가령 어느 강변마을 담당자인 갑돌이가 강둑에 나무를 심어 홍수를 막자는 제안을 하면 서류에 제안자의 이름이 적힌다. 그 직속상관인 을수가 이 의견에 찬성하며 수종은 양버즘나무로 하자고 했으면 덧붙인 의견은 그의 제안임이 추가로 기록된다. 예산권자인 병호가 예산을 못 주겠다고 하면 그 내용과 병호의 서명이 다시 서류에 기록된다. 만일 뒤에 홍수가 났는데 나무를 심어서 막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서류를 뒤져보아 마을의 담당자인 갑돌이가 아니라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병호를 처벌한다. 매사에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으니 처벌도 분명하다. 좋은 의견이 채택되었으면 상도 기안자가 받는다. 미관말직에 있어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빛을 볼 수 있다.

환란의 원인을 규명하는 청문회도 좋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과오란 현재 시점에서 바로 잡혀야 의미가 있다. hssuh@hankookilbo.co.kr

>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