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1년] 미국사회 '정치희화' 심화
1999/02/09(화) 17:28
- 클린턴 스캔들 미국사회 뭘 남겼나
지난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뒤흔든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탄핵재판이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통령의 「간음과 위증」이라는 사안 자체의 폭발성에서 보듯 이 스캔들은 미국 사회 각 분야에 커다란 파장을 남겼다. 클린턴 스캔들은 과연 미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우선 2000년 미 대선후보들은 가혹한 사생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후보자의 성생활까지 대중의 일차적 관심사로 떠오를 것은 불문가지. 후보들은 클린턴처럼 애매한 표현으로 거짓말을 하며 환심을 사든가, 아니면 청렴한 수도승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사가들은 『젊은 여성이 불쑥 나타나 모 후보와 성관계를 가졌다거나 그와 함께 마약을 흡입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후보들의 대응방식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가 한층 더 희화(戱畵)화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스캔들의 파장이 가장 직접적으로 미친 곳은 사법 분야. 대통령의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정치성 때문에 특별검사제가 도마에 올랐다. 오는 6월 시효 재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이 법은 8일 미변호사협회(ABA)가 폐지쪽으로 결론을 내려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
또 법집행에 있어 클린턴에게 씌워졌던 위증이나 사법방해 혐의는 중대 범죄에만 적용될 것 같다. 섹스에 대해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이런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들 게 됐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사회 풍속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성희롱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뻔뻔스런 태도가 크게 늘었는 가 하면 직장에서 사내 연애에 대한 규제도 한층 심해졌다.
직장 동료사이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도 성희롱 방지교육을 받았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않겠다는 「사랑 계약」을 체결토록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내 성관계에 관해 상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고 거짓말을 했을 경우 불문곡직하고 해고하겠다는 기업도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대통령의 스캔들이 터진 뒤 젊은층들의 정치 참여가 부쩍 높아졌다는 점. 하원과 상원의 탄핵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각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탄핵에 대해 찬반 목소리를 높이는 젊은이들의 E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이들은 마치 농구게임을 즐기듯 인터넷과 케이블 TV를 통해 토론에 몰두해 왔다.
/박진용 기자 jinyongpark@hankoo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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