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갑에 200만원?
1999/02/09(화) 17:45
구치소 안에서 담배 한 갑이 2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교도관이 재소자 가운데 중간 판매책을 두고 희망자를 모집해 담배를 공급하고, 17명으로부터 1,750만원을 송금받았다니 교도관이 본업인지 담배장사가 본업인지 모를 일이다. 동료 교도관은 보도진의 마이크에 대고 『어디나 조금씩 비리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 정도를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비리 불감증이다.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과 재소자 사이에 담배가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한 갑에 10만원이라는 교도소 담뱃값이 세상에 알려진지 오래고, 탈옥수 신창원이 교도관 2명과 짜고 담배장사를 해 탈출자금을 모은 일화도 유명하다. 막 출소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교도관들이 돈을 받고 담배를 팔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발표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그러다가 적발된 교도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개 담배 반입과 흡연행위를 눈감아 주거나 심부름값으로 돈을 받았지, 희망자를 모집해 온라인으로 돈을 받는 「기업형」 담배장사는 들어본 일이 없다. 이 정도라면 그야말로 「담뱃값」에 불과한 부수입이 아니라 뇌물성이다. 교도관에게 200만원을 주고 담배를 사 피우는 재소자들이 다른 배려를 받지 않았으리라고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검찰은 중간책 역할을 한 재소자들이 히로뽕 사범인 점으로 보아 이들이 마약류에도 손대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 교도관 2명이 재소자의 히로뽕 투약을 도와준 혐의로 구속된 지난해 원주교도소 사건과, 히로뽕 투약혐의로 독방에 갇힌 재소자가 자살한 96년 서울구치소 사건이 그 개연성을 뒷받침해 준다.
교도소 비리는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법무부 자체 감사에서 담배와 흉기같은 물건이 감방에서 발견되는 것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가석방 판정의 기준이 되는 행형성적 채점표 용지와 술까지 적발되어도 경고 등 경미한 조치로 끝났다.
부조리와 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관련자들에게 엄정히 책임을 물었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없을 것이다. 법무부는 말썽이 날 때마다 제도와 시설과 처우가 옛날보다 많이 개선됐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교도소 직무감사에 재소자 가족이나 시민단체 대표, 또는 변호사들을 참여시키라는 재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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