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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유럽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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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유럽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

입력
1999.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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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유럽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

1999/02/09(화) 17:34

지난달 25~30일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도시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의 한국경제설명회(road show)에 참석해 활동하면서 유럽의 언론, 투자기관 등이 우리나라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져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선 설명회에 참석한 유럽투자은행, 회계 및 법률자문회사 등 국제금융계 인사들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신속하고 과감한 각종 경제개혁 조치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놀라움과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반세기동안 지속돼온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경제개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 등 서구의 경제계 인사들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적 식견과 리더십,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에 대한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엄청난 일들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현재의 우리 경제는 금융·외환위기를 겪었던 1년 전에 비해 판이한 모습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1년전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자금중개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의 도산상태에 직면하였으나 과감한 금융구조조정의 추진으로 새로운 합병은행이 탄생했고 은행의 해외매각이 이루어지는 등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국제적 경쟁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기업부문 구조조정에서도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토대로 기업개선작업(workout)이 진행중에 있으며 특히 지난 12월말에는 중복투자와 과잉시설 해소를 위한 대기업간의 사업교환(big deal)의 기본원칙이 마련되는 등 재벌기업 개혁에 대한 큰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우선 이미 마련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공허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과거 실천없는 경제개혁이나 사전준비없이 구호와 명분에 집착하는 세계화가 한 나라의 경제나 기업경영을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가를 IMF체제 1년을 거치면서 우리는 체험했다.

경제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름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우리의 변화한 모습을 대외에 적극 홍보하는 것이다. 세계가 개방화하고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추세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러한 글로벌시대에서는 과거와 같이 우리 것, 우리 식의 고집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위해 몸부림쳐왔고 그에 따른 많은 희생과 대가도 치루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또 하나의 기적으로 남을 만한 경제개혁을 일구어가고 있고 세계는 다시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런더에서 아시아 투자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지 롱 사장은 이브닝 스탠더드(2월2일자)를 통해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국가 중 하나(2위 싱가포르, 4위 홍콩)로 변모해가고 있고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이 모처럼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는 국제사회 분위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홍보전략을 적극 펼쳐 나가야 한다. 과거와 같이 경제지표를 전달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홍보는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비록 우리에게 불리한 정보일지라도 정확히 제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시장,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자신있게 홍보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개혁의 실현, 양질의 노동력, 우수한 시설 등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홍보자원을 갖고 있다. 우리는 국제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인적 물적 자원과 국제자금이 결합한다면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음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

한문수 금융감독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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